‘금강과 인류문명’

5 신석기 시대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것이 빙하기의 추위였는데, 추위가 풀린 이유도 잘 알지 못한다. 

어쨌든 날씨가 따듯해지자 사라졌던 초원이 다시 생기고, 새로 생겨난 동물들이 뛰어다녔다. 이전과 달리 작고 빠른 것들이었다. 물 속에도 고기들이 헤엄치고 조개들이 바닥을 헤집으며 논다.

동굴에서 나온 인간들은 좋아하는 사람과 짝을 지어, 물가에 움막을 짓고 살면서 아이를 낳고 가족을 이루었다. 남자는 밖에서 먹을 것을 구해오고 여자는 살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본다.

조선대륙은 동·서·남이 바다에 접하고 북은 대륙으로 뻗어나는 땅으로, 영산강, 낙동강, 동진강, 금강, 한강, 대동강, 천천강, 압록강, 두만강, 요하, 훈강, 흑룡강, 시라무렌강 등이 적셔준다. 

구석기 사람들은 먹을 것을 나뭇잎이나 돌에 올려놓고, 날로 먹거나 구워 먹었는데, 신석기 사람들은 불에 구워서 만든 토기에 삶아 먹거나 끓여 먹었다.

쌀, 조, 기장, 보리, 콩 같은 곡식으로 밥을 지어 먹었다. 자연물을 따다 먹던 생활에서 벗어나,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길러서 먹는 농경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농경생활에서 가장 큰 걱정이 가뭄과 홍수였는데, 그것은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로 하늘의 뜻에 맡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늘이 흐려지기라도 하면

“해님이시어! 빨리 나오세요!”
보이지 않는 해님이 보고 싶으니 빨리 나오라며, 가장 아끼는 것들을 차려놓고 빌었다. 

처음에는 제각각 빌었으나 나중에는 하늘의 뜻을 잘 안다는 사람, 해님과 뜻이 통한다는 사람에게 대신 빌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좋은 일을 하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나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신들에게도 빌며, 그것들이 산다는 바위나 나무, 호랑이나 곰과 같은 짐승, 하늘을 나는 새들을 숭배하며 수호신으로 삼았다.

어디에나 영혼이나 신들이 산다고 믿는 것을 ‘애니미즘’이라 하고, 그런 신이나 영혼과 잘 통한다는 사람을 ‘샤먼’이라 했다. 

그리고 자기를 수호해 준다고 믿는 새나 짐승을 숭배하는 것을 ‘토템’라 하는데, 그런 사고는 문명이 발달한 후세에도 없어지지 않고 종교로 발전하여, 오늘날까지 전하는 것도 있다.

금강에 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들은 특별히 해를 숭배하고 해님의 뜻을 전달한다는 새를 토템으로 삼았다. 

원래 해가 좋아서, 해가 뜨는 동방의 조선대륙으로 이동한 사람들이라, 해를 숭배하고, 해가 산다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자신들의 소원을 해님에게 전해준다고 믿은 것이다.

까마귀와 까치를 토템으로 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닭과 오리를 토템으로 삼는 사람, 꿩과 기러기를 토템으로 삼는 사람, 제비와 참새를 토템으로 삼는 사람, 독수리와 비둘기를 토템으로 삼는 사람 등 가지각색이었다. 

그들은 어디론가 이사를 가도 그런 생각을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태양을 숭배하고 새를 토템으로 여기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에 살건, 중국에 살건, 일본에 살건, 아니면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살든 간에 모두 우리와 같은 배달민족이다.

빙하기에는 추워서 살 수 없었던 북위 40도 이북의 땅, 말하자면 연산산맥·대흥안령산맥·장백산맥 등으로 둘러싸인 땅, 고조선 연맹국에 속했던 부여·고구려·진국·고죽·옥저·숙신·불령지·불도하 등의 후국이 차지했던 땅에도 날씨가 풀리며 초목이 자라고 짐승들이 뛰노는 낙원으로 바뀌었다. 

고구려강으로 불렸던 요하는 물론, 햇빛이 밝다는 발해에도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녔다.

한편 구석기인들이 이상향이라며 몰려들었고, 빙하기의 추위를 피해 북위 40도 이북 사람들이 피난 왔던 곳, 즉 조선대륙은 사람들이 북적거려, 먹을 것이 모자라게 되었다. 

인구밀도가 높아 피할 수 없는 일었다. 원래 똑똑하고 용맹한 자들이 모였기 때문에 곡물을 재배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사람이 많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약 7천여 년 전의 어느 날부터

“가자! 조상들의 땅으로!”

조상들이 추위 때문에 떠났던 북위 40도 이북의 땅으로 돌아가자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해님과 잘 통한다는 샤먼을 믿고 따르는 자들이었다. 

그들이 추종하는 샤먼은 길게 딴 머리를 꽃과 풀로 장식하는 여인으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높은 단상에 올라 춤추고 노래하며 비쭈기나무를 흔드는 방법으로 모두의 걱정거리를 풀어주는 여자 샤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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