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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세종에 살리라…‘괴화산의 명당과 딸’
세종매일  |  yg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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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30  17: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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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옛날에 장재리에 자린고비 하나가 살고 있었다. 절약하고 또 절약하면서 어찌나 열심히 일하는지, 재산이 나날이 불어났다. 그래서 그런지, 가난한 사람을 보면

“에이, 게으른 놈”
게을러서 못사는 것이라며 아주 싫어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아끼는 딸 하나가 말도 못하게 가난한 총각을 좋아하여, 혼인하게 해달라고 졸라댔다. 자린고비는 화를 내며 반대했으나 딸이 듣지 않아, 딸에게 혼수품 하나 해주지 않았다.

그런 자리고비였지만 조상을 모시는 명당을 찾는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어떤 지관이 신통하다네.”
유명하다는 지관의 소문만 들으면 돈을 싸들고 찾아가 명당자리를 알려달라고 졸라댔다. 그런 정성이 통했는지 정말로 천하의 명당이라고 곳에 선친을 모시게 되자

“이제야 소원을 이뤘다.”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지관에게 치렀다.

“자린고비가 저러는 것을 보니 진짜로 명당인가 보다.”
자린고비가 천하의 명당을 찾았다는 소문이 퍼져 시집간 딸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러자 묘를 이장하는 데는 여자는 참석하지 않는 법인데도, 친정을 찾아가

“아버님의 효성은 하늘이 알아줄 것입니다.”
아버지의 정성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송한 다음에, 명당을 한 번 보고 싶다며 찾아갔다. 산에서는 일꾼들이 땀을 흘리며 묏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술 한 잔씩 드세요.”
딸은 준비해 간 술을 일꾼들에게 권했고, 일꾼들은 목이 컬컬하다며, 수면제를 탄 줄도 모르고 벌컥벌컥 들여 마셨다.

그리고 쓰러져 곧 잠이 들었다. 그것을 본 딸이 손을 들어 흔들자, 언덕 아래에 숨어있던 남편이 물지게를 지고 올라와, 묏자리에 들이부었다. 일꾼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파놓은 묏자리에 물이 흥건했다.

마침 그때였다. 천하의 명당에 조상을 모시게 되었다며 흥얼거리며 올라온 자린고비가 물이 흥건한 묏자리를 내려다보더니

“아니 물이 나왔잖아. 이게 무슨 명당이야.”
속았다며 뒤따라온 지관의 뺨을 갈기고 정강이를 걷어차며 펄펄 뛰었다. 자린고비가 어찌나 화를 내는지 지관은 엉겁결에

“저곳을 잘못 본 것 같습니다.”
아래쪽을 가리켰고, 자린고비는 그곳에 선친의 유골을 묻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딸이 아버지를 찾아와, 이미 버린 묏자리에 시아버지의 유골을 묻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자린고비는 어차피 버린 땅으로 딸에게 인심이나 쓴다는 생각에

“혼수도 못해줬으니, 그렇게 하마.”
아무 생각도 없이 허락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가? 그 후로 친정집 살림은 나날이 기우는데 딸의 살림은 나날이 번창한다.

마치 자린고비의 가산이 딸에게 옮겨가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 괴화산 자락에는

“딸은 도둑이다.”
그런 말이 유행했다.

부녀 모두가 나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전설로, 딸을 아끼는 부모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전설도 있다.

옛날 딸을 매우 예뻐하는 자린고비가 있었다. 돈을 아끼는 자린고비였으나 딸이 해달라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었다. 그런데

“아랫마을의 돌쇠와 혼인하고 싶어요.”
가난하여 장가도 못 간다는 노총각과 혼인하겠다는 말은 들어줄 수 없었다.
그런데도 딸이 고집을 부리는데, 마치 온달한테 시집가겠다던 평강공주 같았다. 나중에는 딸이 식음을 전폐하며 고집을 피우자

“저러다 죽고 말겠다.”
자린고비는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혼인한 돌쇠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처한테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나자 돌쇠는 서당을 다닌 사람들 보다 글을 잘 읽고 잘 쓰게 되었다. 그리고 천운이 들었는지, 밭 가운데의 바위를 파내다 주먹만 한 금덩이를 발견했다.

“돌쇠의 처가 사람 보는 눈을 가졌던 게야.”
사람들은 돌쇠와 혼인한 딸을 칭송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친정에는 좋지 않은 일이 계속해서 생기더니만 불까지 나서 집이 홀라당 타버렸다. 그러자 자린고비는 땅속에 묻어두었던 빚문서를 들고 돈을 받으러 다니는데, 어찌나 지독한지 원성이 높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자리고비의 빚문서가 한 장씩 없어지기 시작했다. 대신에 빚문서에 적힌 만큼의 돈이 떨어져 있다.

이상하여, 자린고비가 잠을 안 자고 지키는데, 복면을 쓴 도둑이 들어와 숨겨둔 빚문서 한 장을 꺼내서 찢더니, 돈주머니를 내려놓는다.

“누구냐,”
지켜보던 자린고비가 달려들어 도둑의 복면을 벗겼는데, 다른 사람이 아닌 딸이었다. 딸은 아버지가 욕먹는 것이 싫어, 빚문서를 훔쳐서 찢는 대신에 돈을 놓아두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장재리 부근에는

“딸은 예쁜 도둑이다.”
그런 말이 유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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