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살리라…‘조치원의 복숭아와 배꽃’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2019년 4월에 봄의 속삭임에 이끌려 집을 나선 자가 조치원의 오봉산 자락이나 고복 저수지 근처를 돌아다녔다면

산천초목이 울긋불긋 청춘 홍안 싱긋벙긋
분홍빛 봄바람에 둥실 둥실 노잔다 봄이다 봄이다
얼쑤 얼수 얼쑤 얼수 봄이다 봄이다 얼싸 좋다 얼싸 좋다
저 산 꾀꼬리 꾀꼴이 산 쑥국새 쑥국
봄이로구나 아 봄이로구나 꽃 시절 봄이로구나
앵화 도화가 봉울봉울 온갖 잡새 날아든다
정다운 봄바람에 어깨춤이 절로 난다
얼쑤 얼수 얼쑤 얼수 봄이다 봄이다 얼싸 좋다 얼싸 좋다
총각 얼굴이 벙글 아가씨 입이 벙긋
봄이로구나 아 봄이로구나 꽃 시절 봄이로구나

그 누구라 해도 1939년에 고복수와 김정숙이 노래한 봄타령의 마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동이 트는 새벽녘에 밝아지는 앞산처럼 환하여 바라보면 하얀 배꽃들이 무리져 있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실어오는 향기를 향해 눈을 돌리면 붉게 핀 복사꽃들이다.
황홀한 정신을 어쩌지 못하고 배꽃 사이를 지나 노랑나비가 하늘거리는 복사꽃 곁으로 가느라 마음이 바쁘다.

히양 배꽃에 홀린 것인지 꽃내음에 취한 것인지 걷다가 멈추니 꽃나무 아래의 제비꽃 뱀딸기꽃 냉이꽃들이 올려본다. 자신들을 밟고라도 봄의 정취를 만끽하라는 듯 하늘거린다. 당황하여 발을 들었으나 디딜 곳이 없다. 그때 나비를 쫓던 애들이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 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유치원서 익힌 것 같은 노래를  부르는데, 꽃나무 아래서 제법 자란 새싹 위를 노랑나비 흰나비들이 날아다닌다. 말로만 듣고 글로만 읽은 ‘무릉도원’이 이곳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 진나라 무릉에 낚시로 먹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낚시에 정신이 팔려 길을 잃고 흘러가다 양쪽 언덕에 복숭아나무가 한도 끝도 없이 늘어선 곳에 이르렀다. 복숭아 꽃잎이 향기를 퍼뜨리며 분분히 떨어지느라 분분했다. 기분이 황홀해진 어부가 배를 저어 길고 긴 복숭아꽃으로 덮인 뱃길을 지나니 산이 나타나는데, 안에서 밝은 빛이 흘러나오는 동굴이 있다.

어부가 배에서 내려 동굴로 들어가는데, 처음에는 좁아 겨우 들어갔는데 걸어가는 사이에 점점 넓어지며 환해졌다.

땅은 편평하고 집은 튼튼하며
기름진 밭과 아름다운 연못
뽕나무와 대나무
기름진 논과 밭이 펼쳐져 살기 좋은 곳이었다.

사람들이 새소리를 들으며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데 입고 있는 의복은 물론 하고 있는 말도 어부가 사는 세상 사람들과 같았다. 노래하며 기쁘게 일을 하던 사람들이 어부를 보자

“어디서 온 누구신지?”

바깥세상에서 온 어부가 신기하다며 이것저것을 물으며 술과 음식을 내오는데, 맛없는 것이 없었다.

맛있게 먹으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100년도 더 지난 옛날에  있었다는 전쟁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의 후손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먹고 살 것이 풍부하고 병에 걸리는 일도 없어, 눌러앉게 되었단다.

어부는 동굴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미있는데, 동굴사람들은 어부의 이야기가 재미있다며 서러 자기 집으로 데려가려 했다. 어부의 이야기는 들어도 실증나지 않는다며 이집 저집에서 초대하여 진수성찬을 대접하는 일이 그치질 않는다.

어부는 집생각이 나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동굴 사람들은 금은보화를 싸주며

“이곳 이야기를 세상에 말하지 말게.”

어부가 본 세상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온 어부는 고을 태수를 찾아가 자기가 본 무릉도원을 말하고 말았다. 이야기를 들은 태수는 어부와 사람을 보내 동굴을 찾으려 했으나 표시해 둔 표시를 찾을 수 없었다.

그 뒤로도 많은 사람들을 보냈으나 흔적을 찾았다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무릉도원은 의문의 세계다. 그래서 사람들은 복사꽃이 우거진 곳을 보면

“이곳이 무릉도원이다.”

라는 말을 곧잘 하는데, 배꽃까지 거느리는 조치원의 복사꽃밭이야 말로 무릉도원이다.

곤륜산에 사는 서왕모가 3천 년에 한 번씩 열리는 천도복숭아를 나누어 먹게 한다는 전설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조치원의 복사꽃밭이 무릉도원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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