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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세종에 살리라…‘부용산을 휘감아 도는 금강’
세종매일  |  yg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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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21  17: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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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장수군 신무산 뜬봉샘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여기저기서 흘러나온 물줄기들과 같이 흐르며 막히는 것이 있으면 무너뜨리기도 하고 돌면서 무주 진안 금신 영동 옥천 보은 청주 대전을 거치며 북으로 흐른다.

그처럼 남에서 북으로 흐르던 물줄기가 부용산에서 이르러 갑자기 왼쪽으로 돌아서서 서남으로 흐르며 세종 공주 부여 강경 웅포 서천 군산을 거쳐 서해로 들어간다. 그동안 남대천 적벽강 양강 곰강 천내강 강경천 등으로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옛날 구석기시대에는 지금 우리가 사는 곳에 매머드와 공룡을 비롯한 거대한 초식성 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날씨도 따듯하고, 도처에서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열매를 맺고 동물들이 새끼도 잘 낳아 먹고 사는 것에 걱정이 없었다. 힘이 세고 재빠른 맹수가 두렵기는 했으나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둠과 추위였다. 그래서 인간들은

“해가 뜨는 동방, 양지 바른 남방으로 가자.”

어둠과 추위를 같이 해결해주는 태양을 숭배하며, 해가 뜨는 동쪽, 햇볕이 따뜻한 남쪽으로 이주하려 했다. 그러다 제4빙하기가 시작되어, 북위 40도 이북은 모두 얼어붙고 만다. 운좋게 남쪽의 동굴 같은 곳으로 피난한 자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차가운 빙하도 따뜻한 햇볕에는 당하지 못하여 녹아내리고 비와 눈도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내린 비나 눈은 땅으로 스며들기도 하고 웅덩이나 호수에 고여 있다가 불어나면 흘러내린다. 그러다 막히면 무너뜨리거나 뚫어버린다. 그게 아니면 휘돌아 흐르다 낭떠러지를 만나면 폭포가 되어 쏟아져 내린다. 그런 물길을 만난 물고기나 초목들은

“우리는 물이 좋단다.”

쌍수를 들어 환영하며 콧노래까지 부르지만, 들녘의 언덕이나 산봉우리들은 파이고 깎이는 아픔을 맛보아야 한다. 더 쓰라린 것은 맞대고 지냈던 들과 산이 강을 경계로 갈라서는 일이었다. 들과 산을 가르며 흐르는 물줄기가 부용산을 향해 달려온다는 소문이 들리자

“큰일이다. 우리들의 일부가 잠기거나 깎이게 된단다.”

부용산 자락에서 평화를 구가하던 신과 인간들이 모여서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뚜렷한 방법이 없어 걱정만 하고 있었다. 그때 서남방에서 신 하나가 달려오는데, 얼굴이 희고 기골이 장대했다. 먼 길을 달려온 듯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서쪽 바닷가에 사는 한곤이라오
천하의 명당으로 만들고 싶어서
석 달 열흘이나 걸려서 왔습니다

모여 있는 신과 인간들에게 자기를 소개하고 부용봉에 오르더니

서남쪽 땅으로 흐르며 촉촉이 적시면
산천초목이 우거지고 사람이 늘어나
나라가 서고 왕도가 들어 설 것이오
북으로 가는 물줄기를 서남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노래를 부르는데, 목소리가 낭랑하고 가락이 명쾌하여 모두의 마음을 동요시키는데

“흥겨운 가락에 춤이 없어서야 되나요.” 

낭자 하나가 앞에 나서며 노랫가락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서편 자락에 사는 숙정양이라는 낭자였다. 한곤(漢坤)의 노랫가락과 숙정양(肅正梁)의 춤사위가 조화를 이루어 보고 듣는 이들의 흥이 저절로 올라, 모두가 어울려 노래하고 춤을 추기 시작하자.

하늘의 구름이 두둥실거리고, 산속의 동물들이 발을 동동거리고, 하늘의 새들이 날개를 친다.

“이게 웬 흥이고, 어떻게 된 열기인가.”

거침없이 달려오던 물줄기가 부용산 자락의 열기에 놀라 두리번거린다. 그 순간, 뒤따르던 물줄기가 멈춰선 물줄기를 덮치다 왼쪽으로 구르며, 북으로 향하던 방향이 서남으로 바뀌고 만다. 그것을 본 한곤이

흘러온 불줄기가 부용산에서 휘돌아
오던 길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뒤돌아가지 않고 앞으로 가기 때문에
좌측은 왼쪽이고 우측은 오른쪽이다
흐름이 변하지 않아 의지도 의연하다.

북진하던 물줄기가 부용산 자락에서 서남으로 방향을 바꾸어 흐르는 것을 칭송했다.

그처럼 부용산자락에서 크게 방향을 바꾼 강이 금강인데, 신동엽은 이렇게 노래했다.

하늘을 보았죠? 푸른 얼굴.
영원의 강은
쉬지 않고 흐르고 있었어
우리들의 발밑에,
너와 나의 가슴 속에.
우리들은 보았어, 영원의 하늘,
우리들은 만졌어, 영원의 강물, 그리고 쪼갰어,
돌 속의 사랑. 돌 속의 하늘.

금강은 부용산 자락에서 방향을 바꾸어 흐르기 때문에 더 넓은 산하를 살찌울 수 있고, 부용산은 그런 금강을 바라보기 때문에 더 성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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