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살리라…‘도원의 조치원’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옛날에, 요임금이 세상을 다스릴 때의 일이다. 그 때는 해가 열 개나 있었는데, 모두 한꺼번에 나와서 비추기 때문에 산과 강의 초목들이 모두 말라비틀어졌다.

“임금님 더워서 못살겠습니다.”

신과 인간들이 더워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쳤다. 그러자 요임금이 활을 잘 쏘는 예를 불러서 

“아홉 개의 해를 쏘아서 떨어뜨려라.”

하나의 해만 남기고 나머지는 떨어뜨리게 했다. 예의 화살을 맞고 떨어진 아홉 개의 해는 동해에 있는 복숭아나무 아래에 머물며

“하루만 일하고 아흐레는 쉬니까, 더 잘 되었다.”

편안히 쉴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복숭아나무 밑에서 아흐레를 쉬다가 하늘에 나갈 차례가 된 해는,  몸을 깨끗이 씻고 복숭아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그곳에 놓여있는 구룡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바로 그때

“꼬끼오.”

하늘의 닭들이 울면 천하의 닭들도 따라서 울며 새벽이 온다는 것을 알린다. 그러면 어둠속에서 나쁜 짓을 하던 귀신들이 서둘러 도망치면서

“해를 내보내는 복숭아나무가 싫다. 정말로 싫다.” 

복숭아나무를 원망한다.     

중국의 곤륜산에 서왕모라는 여신이 살고 있었다. 서왕모는 복숭아를 좋아해 3천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는 복숭아나무를 길렀다.

그 복숭아 하나를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도통하게 된다.”

두 개를 먹으면

“몸이 안개처럼 가벼워져, 구름을 불러 타고 놀러 다닐 수 있다.”

세 개를 먹으면 

“하늘과 땅,해와 달처럼 불로장수한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

그 복숭아를 하나 얻어먹으려고 많은 신과 인간이 서왕모를 찾아가는데, 그 중에는 조선에 한사군을 설치한 한무제도 있었다. 한무제는 서왕모가 준 복숭아를 먹고나서, 씨앗을 가져가려했다. 그러자 서왕모가

“당신처럼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자에게는 줄 수 없습니다.”

허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씨를 해가 뜨는 동방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복숭아씨는 하늘을 날고 날아 삼한의 마한 땅에 떨어졌다.

“여기는 인간 세상이니, 빨리 자라서 열매를 맺어야겠다.”

인간 세상에 떨어진 복숭아씨는 서둘러 싹을 띄우고 쑥쑥 자라며 사방으로 가지를 뻗은 다음에, 가지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매달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복숭아나무는 물론 꽃과 열매도 인간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복사꽃과 열매의 향기가 가득한데도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더 기막힌 것은 마음씨가 착하다고 소문난 사람이 향기를 맡고 따라가면 가지런히 복숭아가 놓여 있는 데도 나무는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몰려갔는데, 마음씨가 나쁘다고 소문난 사람이나 나쁜 짓을 많이 한 사람이 가면 어디서 날아온 지도 모르는 복숭아가, 그 사람의 이마를 치고 사라진다. 그러자 신과 인간들은 무슨 다툼이 있을 때마다

“복숭아 언덕을 걸어보게 하자. 그러면 복숭아가 잘잘못을 가려줄 것이다.”

다투는 자들을 복숭아 언덕으로 보냈다. 어쩔 수 없이 복숭아 언덕을 걷게 된 사람들은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 모든 잘못은 상대에게 있다.”

서로 잘못이 없다고 우긴다. 그러나 복숭아 향기가 감도는 언덕을 걸으면, 어디서 나타나는지를 알 수 없는 복숭아를 맞고 주저앉게 되는데, 대개는 큰 소리치던 사람들이었다.

고개를 걷기 시작하자마자 복송아에게 맞는 자가 있는가 하면, 고개를 다 넘으려 할 때 맞는 자

“복숭아나무가 잘잘못을 가려준다네.”

복숭아나무가 선악을 판단해준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고, 죄를 짓거나 나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복숭아나무를 피하려 했다.

반면에 좋은 일을 하는 사람, 고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은 집에 복숭아나무를 기르고, 마을 어귀에는 복숭아나무로 만든 장승을 세우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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