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살리라… ‘산학리 장군봉’

▲권오엽 명예교수.
▲권오엽 명예교수.

독립을 허가받은 셋째 왕자 산이 산학리에 있는 산에 날아가 보았더니, 봉우리가 셋이었다. 산은 가운데 봉우리에 내려서며

옥황상제의 공주님이 나의 어머니고,
공주와 혼인한 하백이 내 아버지라오.
천지의 기상으로 예쁜 꽃을 피우겠다.
    
산천가를 불렀더니, 산자락에 사는 신과 인간, 그리고 산속을 뛰어다니던 동물과 하늘을 날던 새들까지 모여들었다. 산은 그들이 자기를 환영하는 것으로 알고

“내가 살기 졸은 세상을 만들테니, 나를 따르도록 하라.”

장군산에 오게된 목적을 이야기했다. 그러면 모두 쌍수를 들어 환영할 줄 알았다. 그런데 물끄러미 쳐다만 볼 뿐, 아무도 환영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입이 툭 튀어나온 신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어떤 재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건지, 어디 그 재주 한 번 봅시다.”

특별한 재주가 있으면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렇다면 나의 재주를 보여줄테니, 너의 재주부터 보이거라.”

산은 ‘울컥’화가 났으나, 꾹 참고 상대방의 재주를 먼저 보이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그 신은 잘 걸려들었다는 듯이 ‘씩’웃더니,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비둘기로 변하여 하늘을 날아간다.

그것을 본 산이 독수리로 변해서 쫓아가 낚아채려 했다. 놀란 비둘기가 강으로 뛰어들며 잉어로 변하여 헤엄치며 바라본다. 이래도 따라오겠느냐는 표정이었다. ]

“제법이로구나. 그렇다고 못 따라갈 것 같으냐.”

독수리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물 속으로 뛰어 들면서 수달로 변하여 잉어를 뒤쫓았다. 놀란 잉어가 땅으로 뛰어 오르며 토끼로 변하여 ‘깡총깡총’ 도망쳤다. 그러자 수달은 호랑이로 변하여 어슬렁 어슬렁 뒤따랐다. 그러자 토끼가 체념한 듯 뒤돌아서며

“알아뵙지 못하여 황송합니다. 우리의 왕으로 모시겠습니다.”

입이 튀어나온 신이 충성을 맹세하자, 그 자리에 모여들었던 신과 인간은 물론, 초목들도 충성을 맹세했다. 산은 그런 모두를  일일이 바라본 다음에

동방의 청룡이 힌 구름을 부르자, 서방의 백호가 산야를 품에 안고,
남방의 주작이 환히 불을 밝히니, 북방의 현무가 물을 흘러 보내네.

사방가를 불렀다. 그 노래가 어찌나 흥겨운지, 모두 어깨를 들썩이며 춤추기 시작했다.

“내 오늘 큰 잔치를 열겠소.”

모두가 흥겹게 노는 것을 바라보던 산이 잔치를 열겠다는 말을 하고, 왼손을 들어 세 번 흔드니, 하늘에서 꽃가마가 내려오는데, 멈으직스런 음식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떡, 밥, 국, 무침, 조림 등이 그릇마다 가득했다.

“와! 옥황상제님이 진수성찬을 내려 주셨다.”

모두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른 손을 들어 세 번 흔든 다음에 강줄기를 가리켰다. 그러자 조용히 흐르던 물줄기가 공중으로 치솟아 올라, 산봉우리를 한 바퀴 돈 다음에 수면으로 떨어졌는데, 물줄기가 스치고 지나간 곳에 술단지가 즐비했다.
 
“와! 이번에는 하백이 술을 보내주셨다.”

모두가 또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그렇게 해서 열린 잔치는 달이 서산으로 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노래하다 목이 마르면 따라마시고, 춤을 추다 시장하면 집어먹으며 즐기고 또 즐겼다.

그렇게 먼동이 트려 할 때였다. 갑자기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흰 구름이 몰려 오는데, 자세히 올려다보니, 예쁜 꼬리를 활짝 편 주작이 구름 위에서 노래를 부른다.

하백의 기를 이어받은 산이 이곳에 세상을 여는 구나
옥황상제님이 같이 세상을 열 예쁜 낭자를 보내셨네

옥황상제의 손자, 하백의 아들이 새 세상을 연다는 소리를 들은 하늘나라의 신들이, 산에게 잘 어울리는 낭자를 보내주신다는 노래였다. 모두가 갑작스런 소식에 어리둥절하는데, 구름위의 주작이 펼쳤던 꼬리를‘휙’하고 접자,  예쁜 낭자가 모습을 보이는데, 달과 별이 부끄러워 할 정도로 고왔다.

“와아-와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환호성을 올렸다. 그리고 둘의 혼인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가 즐기는 가운데, 장군봉에 새 세상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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