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살리라… ‘전월산’

▲권오엽 명예교수.
▲권오엽 명예교수.

금강과 미호천이 합류하는 합강리에 연기라는 여신이 살고 있었다.

아주 예뻐 많은 신들이 혼인 맺기를 원했으나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다. 어느 보름날 밤, 뒷산에 올라 하늘에 뜬 달을 보며, 하늘나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내가 그 뜻을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달에서 훌쩍 뛰어내리며 연기에게 말을 거는 신이 있었다. 달나라의 왕자 오성이라 했다. 연기는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을 붉히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통한 것이다. 오성은 산등이 길을 앞서 걸으며 달나라의 이야기를 한 없이 들려주었다. 연기는 모든 게 신사해서 귀를 기울이며 따라 걷는데, 돌연 오선이 뒤돌아서며 합강리 쪽을 가리키더니

“거 강물이 합쳐지듯, 우리도 하나로 합치고 싶소,”

혼인을 맺고 싶다는 말을 했다. 오성은 자주 달을 타고 하늘을 돌며 연기의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달에서 내려왔다며 연기의 손목을 잡았다. 그 손목이 떨리는 것이, 연기를 애모하는 마음이 진실인 것 같았다.

“힘을 합하여 이곳에 풍년이 들게 하고 싶어요.”

연기도 싫지 않아, 남쪽에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며 답했다. 마음이 통한 둘은 등성이 길을 오가며 달나라이야기 금강의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아니 벌써 달이 지려하네! 다음 보름날에 다시 오겠습니다.”

오성이 서둘러 인사하고 몸을 날려 달에 올랐다. 이후로 둘은 보름날 밤마다 전월산에서 만나 산등성이를 걸으며 사랑을 키워 가는데, 그만 그것을 여러 신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연기 낭자가 다른 세상에서 찾아오는 신과 만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연기를 흠모하던 신들이 불 같이 화를 내고, 보름날이 되자, 연기의 집을 둘러싸고 출입을 금지시켰다. 달이 높이 떠 오성 왕자가 내릴 시간이 되어가는 데도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연기가 발을 동동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낭자, 마당에 있는 우물에 오른 손을 담그세요.”

연기에게만 오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기가 오성이 말한 대로 마당에 나가 우물에 손을 오른 손을 담갔다. 순간 “쉭”하고 몸이 빨려들더니 곧 위로 치솟았다.

잠시 후 “펑”하하고 몸이 긴 굴을 빠져나온 것 같았으나. 눈도 뜨지 못하고 서 있는데

“낭자, 안심하고 눈을 뜨세요.”

오성의 다정한 말에 따라 눈을 떠보았더니, 산꼭대기에 있는 용샘 가였다. 

“나는 수맥이 통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고 사람도 불러올 수도 있다오.”

연기가 집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안 오성이 우물을 통해 불러오는 도술을 부린 것이다. 연기는 그날도 달이 질 때까지 오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다. 신들은 그것도 모르고 그때까지 집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후로도 둘은 용샘을 통해 보름날마다 만났다.

그러던 어느 보름날 밤이었다. 이날은 어찌 된 일인지, 오성이 대문 앞에 내리며 크게 외쳤다.

“달나라의 왕자 오성이 연기 낭자를 모셔가려고 찾아왔습니다.”

오성이 연기의 부모에게 혼수품을 바치고, 달에 싣고 온 음식과 술로 잔치를 벌였다. 그것을 본 신들이 불 같이 화를 내며 몰려들었다. 당장이라도 오성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어서들 오세요. 제가 연기 낭자와 혼인을 맺을 오성입니다.”

오성은 그런 신들을 반갑게 맞이한 다음에 술과 음식을 권했다. 오성의 친절하고 침착한 접대에 당황한 신들은 당황하면서도 권하는 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마지못해 입에 댄 음식과 술은 맛이 있을 뿐만 아니라 먹고 마시면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연기 낭자와 오성낭군의 혼인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달나라 음식을 먹은 신들은 자기도 모르게 혼인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고 춤까지 추게 된다. 서로 어울려 잔치를 즐기는 사이에 새벽에 이르자. 오성은 연기의 손을 잡고 달에 올라 서쪽으로 향했다. 그것을 본 신들이 노래하며 아쉬워했다.

달이 굴러 가는구나
우리 님을 태운 달이
산을 넘어 굴러간다.
 

이 노래가 퍼져, 연기와 오성이 만나 사랑을 나눈 산을 전월산으로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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