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서 살리라 ’…국사봉 자락의 황금알

▲권오엽 명예교수
▲권오엽 명예교수

옛날에, 하늘에서 천하를 다스리는 신이 내려와 인간들의 소원을 들어주던 그 옛날에, 신이 자주 내려왔다는 국사봉 자락에, 돌이 많아 독골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안옥하게 묻힌 곳으로, 오목한 항아리 같아, 도술이 높은 신이나 덕이 많은 선비가 은거하는 곳 같다. 멋모르고 들어선 사람이 있다면 벗어나는 길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그 독골에 연씨 성을 가진 쌍둥이 형제와 전씨 성을 가진 쌍둥이 자매가 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쌍둥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하늘이 내려준 인연이라며, 부부가 될 팔자라고 말했다. 말이 씨가 되었는지, 나이가 찬 쌍둥이들은 혼인을 맺어 부부가 되었다.

부부간의 금술이 좋아 언니는 매년 아이를 낳아 삼남매를 두었으나, 동생 부부는 3년이 지나도 애를 갖지 못했다.

답답한 동생이 언니를 찾아가 “우리도 금술이 좋은데 왜 아이가 안 생기는지 모르겠어.”라고 울먹이며, 애를 낳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렇지 않아도 동생을 애처롭게 여기는 언니는 천정에 매단 쌀자루를 가리키면서

“아무래도 네가 신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저것은 삼신할머니에게 바친 쌀이란다. 저 쌀로 떡을 빚어 신들에게 바치면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언니는 자기의 경험담을 말한 뒤에, 천장에 매달아둔 쌀자루에서 3되 3홉의 쌀을 퍼서 맛있는 떡을 빚어, 동생에게 그것을 들게 하고 국사봉으로 향했다. 얼마 오르지 않아  어른의 머리통만한 돌이 놓인 중턱에 이르렀다. 계란 모양의 돌로 노란색이었다.

“저것은 산신이 깃들어 있는 황금알이란다.”

언니는 햇빛을 반사하는 황금알을 가리킨 후에, 동생이 들고 온 떡과 정화수를 그 앞에 차리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아홉 번 “짝,짝,짝”손뼉을 치고, 아홉 번 절한 다음에, 두 손으로 황금알을 쓰다듬은 다음에, 그 손으로 자기의 배를 어루만졌다.

“나는 매달 초사흗날이 되면 이렇게 치성을 드리며 아이를 점지해달라고 빈단다.”
“언니 나도 그렇게 할래.” 

그때까지 보고만 있던 동생이 황금알 쪽으로 다가가서, 언니가 한 것과 똑 같이 빌며 아이를 소원했다. 이제야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듯이 눈물을 흘리며 연신 손뼉치고 절하고 황금알을 쓰다듬고, 그 손으로 배를 어루만졌다. 날이 저물 것 같으니 돌아가자고 언니가 재촉할 때까지 쉬지 않고 빌었다.

그 후로도 초사흗날이 되면 황금알을 찾아가 아이를 점지해달라며 빌었다. 삼신할머니와 산신이 그 정성에 감동했는지, 드디어 동생도 아이를 낳더니, 해매다 출산하여 오남매를 두었다. 그러는 사이에 국사봉에 아이를 점지하는 황금알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먼 동쪽 나라까지 그 소문이 퍼졌다.

“뭐라고 애를 점지하는 황금알이 있다고! 그것을 훔치면 큰돈을 벌수 있겠다!”

동쪽 나라의 맹독이라는 도둑은 소문을 듣자마자 단 숨에 독골로 달려 왔다. 훔치는 일에 이골이 난 맹독은 쉽게 황금알을 훔쳐서 달아나려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그것을 내려놓지 않으면 급살을 맞을 것이다.”

  독골을 벗어나 민마루에 이르렀을 때, 뒤에서 신이 호통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고 황금알이 뜨거워져, 자기도 모르게 떨어뜨리자 발이 떨어져 도망칠 수 있었다.

 그 후로 황금알을 보았다는 사람은 없으나, 황금알은 민마루 근처 어딘가에 묻힌 체, 아이를 소원하는 부부에게 아이를 점지해 준단다.

■권오엽 명예교수
1945년에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산성초, 칠보중, 군산고, 서울교육대학을 거쳐,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이후 일본에 사는 동포들에게 우리문화를 전하는 일을 했고 북해도대학과 동경대학에서 우리와 일본의 신화를 면학했다.

그리고 충남대학교에서 광개토대왕이 세운 천하를 강의하다, 독도가 왜 우리 땅인가를 일본 고문서를 통해서 확인하는 연구를 시작하여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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