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선 박사
           김형선 박사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초, 필자의 연구소가 있는 세종시 어진동으로 한 남성이 찾아왔다. 자신을 직장인으로 소개한 전상배(49.가명)씨는 은퇴와 노후준비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후준비를 하기 어려운 여건으로 고민을 하다가 찾아왔다고 했다.
전씨는 자녀 3명의 과외비, 대학등록금과 생활비 등으로 현재까지도 은퇴 준비는 커녕 항상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년은 10년 정도 남았지만 은퇴준비를 하기에는 힘들다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은퇴 준비가 없는 노후는 공포이다!
은퇴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전씨는 은퇴 후 30년을 살아간다는 게 공포로 느껴진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근 은퇴자 또는 은퇴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8만 시간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8만 시간이란 만 60세에 은퇴해 만 80세까지 산다고 하면 여생동안 갖게 되는 여유시간이다.

하루 24시간 중 수면, 식사, 목욕과 같은 시간을 뺀 하루 여가 시간은 11시간. 이를 365일과 20년으로 곱하면 8만300시간이 나온다. 이 8만 시간은 만 20세부터 만 60세까지, 40년 동안 일한 사람의 전체 노동시간(연 200시간×40년)과 맞먹는 긴 시간이다. 이를 계획하는 것이 결국 남은 여생의 질(Quality)을 결정하는 것이다.

종신고용제가 유지되고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절의 직장인들은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무사히 근무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였다. 정년퇴직 후 남은 인생 또한 그다지 길지 않기 때문에 퇴직금만으로도 어느 정도 노후 자금을 충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IMF 금융위기 이후 종신고용제가 급격히 붕괴되면서 모든 것은 달라졌다. 회사를 몇 군데 옮겨서 근무한다 해도 40대 중반만 되면 정년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니 퇴직 후 맞게 될 후반 인생이 실제로는 20년 혹은 30년보다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

▲8만여 시간의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
8만 시간 또는 그 이상의 길고 긴 시간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의 직장인들은 이런 고민을 우리보다 훨씬 먼저 시작했다. 젊은 시절부터 노후 인생 설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

노후 생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20~3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무슨 일을 하면서 보낼 것인지에 대한 것까지 설계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한 지금 한국의 직장인과 젊은이들도 이제는 정년 후 인생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 들어선지 오래다. 모든 직장인이 획일적인 노후를 보내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생각으로 각자에게 맞는 후반 인생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즐겁고 행복한 인생 2막을 지금부터 준비하라.
좀 더 돈을 벌기 위한 인생을 살 것인지, 자기실현을 위한 인생을 살 것인지, 사회 환원적인 인생을 살 것인지 등을 미리 결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즐겁고 행복한 인생 2막은 얼마나 빨리,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실제 8만 시간의 공포에 적절히 대비한 은퇴자들은 만족스런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들은 노동, 여가, 취미활동 등이 균형적으로 이뤄져 불안하고 지루한 노후가 아닌 활력이 넘치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은퇴자금의 압박에 시달리거나 자식들에게 기대기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새로운 일을 하거나 봉사활동 등 보람있는 일을 찾아 청년 못지않은 일상을 보내는 것이다.

은퇴 후 8만 시간이 재앙이 되느냐 축복이 되느냐는 모두 자신에게 달려있다.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노후준비를 한 사람에게 남은 8만 시간은 풍요로운 인생이 더 아름다우면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은퇴는 평등하게 다가온다

△박수칠 때 떠나라
베이비붐세대는 입시와 입사, 급여, 자격, 능력 등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서열을 정하는 것에 익숙하다. 어깨에 머리로 진출한 능력 있는 선후배나 동료들은 그들의 경쟁방식인 성과로 사람을 평가한다.

△갑작스런 해고통보
은퇴는 죽음처럼 누구도 예외일 수 없을뿐더러, 그 고통은 죽음에 근접하는 강도이다.

△월급날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남자는 경제력을 잃는 순간, 가부장적 지위는 고사하고 평범한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마저도 급격하게 추락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을 떠날 때 후회한다.
능력을 전부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 성실하지 못했다는 것, 열정을 가지고 일하지 못했다는 것, 관계를 잘못하여 소속감을 잃는 것, 꿈과 비전에 대한 후회 등이다.

은퇴 준비는 단순히 돈을 모르고 불리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취미를 개발하고 친구들을 사귀며, 봉사할 대상을 찾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 등 이 모두가 포함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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