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3일자 사설

 ▲천광노 학당장
 ▲천광노 학당장

지난 주 청와대문건유출관련 국회운영위원회 생방송을 본 국민의 심정은 착잡함과 황당함을 넘어 작금 대통령을 모시는 공직자들의 가치관이나 사고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니 이번 주간 내내 안방까지 파고들 이 지긋지긋한 김영한 정무수석 소리를 또 듣게 될지 몰라 씁쓸하다.

오늘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90분 턱밑에서 벌어진 이 유례가 없는 출석거부사태로 인해 대통령에게 이에 대한 질문할 기자가 있다면 얼마나 불편하겠나 싶지만 이로서 대통령의 생각을 알게 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오라면 오는 게 복명이다. 지시에 복종한다는 말이며 반대말이 항명(抗命)이다. 명령을 거역하고 대든다는 뜻이다. 일번 국민은 잘 들어본 이름도 아닌 김영한 청와대 정무수석은 명령을 정면 거부하여 항명정국으로 축을 기울여 버렸다. 속내가 뭘까.

감히 네 어디라고~! 했던 왕정시대가 아니므로 과거처럼 단죄하지도 못할 이번 정무수석 항명사태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와 이로서 총지휘책임자인 김기춘 비서실장은 물론 간접적으로는 대통령까지 흠집을 내 버렸다. 청와대의 권위와 위신은 물론 국민까지 민망하게 만든 항명파동에서 우리는 무엇이 보이는가. 답은 박근혜 정부 후반기로 가는 길에 벌써부터 순항여부 우려를 본다.

자고로 항명은 왕의 역린(逆鱗)과 동격으로 무엄함의 극치다. 오라는데 오지 않는 자식이나 제자. 하라는 데 엇나가는 며느리나 딸, 돌격 앞으로 를 명한 장수의 명령을 무시하고 난 못 못 해 하고 집에 갈거야~! 하는 부장격이라 과거 장군은 그의 목을 쳤다. 현실 군사작전에서의 항명은 지휘관에게 총살권까지 주고 있다. 전쟁터보다 더 엄한 위계가 요구되는 청와대에서 이런 사단이 났으니 국민의 우려가 어떻다 하겠는가.

거꾸로 절대복종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어 항명이 안 된다면 복명의 경우 분별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 받들어 자신의 충심을 보이는 위계도 좋지만 공직자가 다 잊어도 잊지 말고 명심할 한 가지는 대통령에게 충성의 본질은 국민에게 충성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첨예하게 날선 분기점을 만난다. 좌 우 어디로 가느냐 에서 국민 쪽으로 간다고 하면 항명이 되고 상급자의 말 쪽으로 가면 국민에게 항명이 되는 이렇게 첨예한 선택의 순간도 혹 만나게 되는 것이 고위급 공직자들의 아픈 현실임을 국민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김영한 수석의 진심이 무엇인가는 아무도 모른다.

김기춘 실장은 국회에서 자신에 넘쳐 출석하라고 지시했다~! 는 발언을 했다. 지시(指示)는 윗사람만이 할 수 있고 쓸 말인데 그저 오라 했다는 경계선 넘어의 지시라는 직설명사를 국회생방송에서 한 김기춘 실장 그 입으로 불과 한 시간여 만에 오라했으나 오지 않겠다는 연락이 왔다는 말은 목에 칼에 들어오는 것만큼 뼈아픈 말이라 보아야 한다. 령(令)이 서지 않는다는 자인이다. 명령불복 위계무용 권위상실 극치 현상이었다.

대대수의 국민은 지금 이 모든 항명발발 상황의 근인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묻는다. 근본원인이란 바로 말을 꺼내기도 민망하여 상하불통 위계질서 동맥경화다. 뉘든 청와대까지 들어 왔다면 칼로 두부를 자른 듯 일렬종대로 서야 할 수석이나 비서관의 지휘체계가 종대는커녕 이건 횡대도 아니고 자유분방 멋대로 각각 배째라 식 자기의 상전이 따로 있는 듯 하여 비선실세라는 망측한 어원이 바로 이런 개념이다. 이래서 임기 후반 대통령의 권위가 우려스럽다.

대통령의 령(令)이서고 소통의 장애가 제거된다면 고지혈증 뚫리듯 나라가 건강해 진다. 그러니까 비서실장이 말을 해도 듣지 않는 수석비서관이 혹여 비선에 줄을 섰다면 그간 청와대는 얼마나 혼선이었나 싶다. 바로 이런 것이 국정의 당면 과제라고 볼 일이다.

일자리 창출이나 민생경제는 청와대와 대통령으로부터 출발하되 청와대 조직이 부실하면 민생은 불가하다. 가장 급한 것이 바로 청와대의 령이 바로서는 것이므로 차기 민정수석으로 누가 올지 모르겠으나 이점 각별히 유념해 체계부터 바로 잡지 않으면 집권3년차 국정은 허약한 체구로 전락한다는 점 명심하기 부탁한다.

한편 항명은 총살인데 비해 맹종은 역적이다. 역적의 개념은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에게 반항이자 동시에 대통령이 모시는 국민에 대한 불충이 된다. 대통령만 잘 모시면 그만이거나 비서실장 눈에만 들면 잘하는 수석이냐의 문제도 간단치 않아 원천에는 일심동체이자 대국민 정치실현이 자리한다.

국민이 악을 쓰고 문고리 3인방 아무리 물러나라 한들 나는 대통령의 눈에만 들면 된다는 투로 저는 제가 맡은 일에만 충실할 뿐~! 이라는 이재만 비서관의 그날 앵무새녹음기틀 듯 반복한 발언은 항명의 반댓말 같지만 의미상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말을 상세하기는 쉽지 않으나 문제가 많은 말이다.

너스레하게 들릴까도 우려되는 이 글의 중심에는 국가운영의 동력 원천은 청와대라는 것이며, 청와대가 무질서하고 항명을 하는 정도라면 민생정책은 말도 꺼내지 말라는 인화와 단결이 선결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의 뜻이 이런 것이다. 임기 3년차의 막중함 백번 강조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여도 청와대조직이 흔들린다면 빈사상태의 병사들을 이끌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에 다르지 않다.

공직자들 잘하기 당부한다. 청와대 비서관들 정말 잘해야 한다. 역사의 교훈에서 첫째는 정부의 완벽한 구성이다. 대통령의 고뇌가 국민 행복으로 결실하려면 청와대직원들부터 다져져야 한다. 이점 세종시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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