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노 칼럼 세종의 눈

 ▲천광노 학당장
 ▲천광노 학당장

세종엔 아직 없는 얘기지만... 아침 직장인들의 출근 시각이 지나 10시가 되자마자 도시 지하철은 경노철로 바뀌어 버린다. 먹고 마땅히 갈 곳이 없는 노인들이 그나마 어디 가면 누군가를 만나 하루를 보낼 요량으로 무료 지하철로 물밀 듯 밀려오기 때문이다.

타다보면, “이러니 저런 노인들 때문에 지하철 적자가 눈덩이처럼 는다니까...” “맞아 이제 곧 청년 3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한 대...” “3명이 뭐야 2명이 1명을 모셔야 된다던데....?” “정말 큰 문제라니까 노인들 세상으로 변하고 아이는 낳지 않고... 그럼 누가 벌어 이 많은 노인들을 먹여 살리며, 지하철 공짜도 다 우리 청년들 호주머니 돈 아니겠어?” 듣는 노인 필자는 모른 척 눈길을 돌린다.

청년들이 내리자 같이 들었던 한 노인이 필자에게 말을 건다. “저 청년들 말이 맞지요? 정부가 이제 노인들 때문에 복지예산으로 골머리를 앓은지 오래니 우리가 빨리 죽어줘야 쟤네들이 편히 살 건데 참 죽어지지는 않고...”

순간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뭔 소립니까 시방? 내가 공짜로 타는 지하철 그 돈 누가 냅니까? 정부가 내요? 웃기는 소리 마시오~ 이건 내 아들 딸 호주머니 돈입니다. 내 아들이 내는 돈으로 아비가 타고 어미가 타는데 무슨 눈치 보이시오? 세금은 내 아들 딸이 내는 내 돈입니다. 자식 돈이라 그겁니다~?!”

위 아래로 필자를 치 내려 보더니마는 “선생님 뭐 하는 분이세요?” 묻는다. 순간 과연 내가 뭐하는 사람인가 생각하다 감치고 옴칠 일이 아니겠다 싶어 직빵 내뱉었다. “나는 남매의 아버지요 여섯 명의 손자 손녀를 둔 할아버지고, 또 수양 손자손녀 여섯 명의 어린이 제자를 가르치는 이야기할아버지 올시다” 알아 듣지를 못하는 눈치다.

“아니 직업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지금 나는 세종시에 있는 ‘세종매일’이라고 하는 신문사의 주필입니다” 하고나서, 이달에 창간 될 노인전문신문사 ‘저널늘푸른나무’의 논설고문 겸직으로 갈 사람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식당에 가서 식단표를 훑어보고 공짜로 아구탕 1인분 만 달라고 하면 주인이 뭐라 할까? 답은 안 해도 알 터, 그럴 사람도 없겠지만 줄 주인도 세상에는 없다. 마찬가지다. 수퍼에 가서 돈 안 받고 무엇을 거져 달라면 정신병원에 가라할 것이다. 식당이나 슈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신문이야기를 할 참이다.

식당이 재료를 사서 인건비를 주고 가게 보증금에 월세 내고 수도세 전기세를 내야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슈퍼마켓도 원가가 있고 인건비가 있어 잘 남아야 10%대 일건데 공짜로 거져 달라면 달라는 놈이 미친놈이다. 그런데 신문은? 신문도 원가가 있다. 그런데도 공짜로 나돌아 다니고 밟히는 것이 또 신문이다.

신문이야기는 전주곡이었고 글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글... 이 놈의 글이라고 하는 것... 말이 번지르 하여 논설고문이고 주필이지 글이야 뭐 대한민국 사람 5천만 누구나 다 쓰기 때문에 도대체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바보다.

필자는 짐으로 한 짐이나 되는 책을 낸 작가다. 평생 쓰다 보니 일기만 50년을 넘게 썼다. 출판하지 않은 글을 다 책으로 낸다면 트럭으로 반트럭은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작가라는 말을 하기가 망설여진다. 힛트 친 책이 뭐냐고 물으면 그런 축에 끼지를 못하다보니 “자칭 ‘글쟁이’입니다” 하고 만다.

식당마다 맛이 다르듯 신문도 신문마다 다르다. 글 역시 작가마다 다르고 논설위원이나 주필들 역시 각각 다른 글을 쓴다. 그런데 요놈의 세상이 웬 삼각관계 불륜소설 3류 막장 드라마는 고료를 억대까지 퍼주고, 책이 수십 만 권씩 팔려 이름만 척 대면 우러러 알아주는데 작가 천광노 라면 당체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부족한 탓?

못나서 그런데 누굴 탓할까마는 작가에게는 고집이 있다. 존귀한 선비에 비유해 될까 모르겠으나, 과거 진짜배기 선비는 돈이나 인기 명예, 똥물 같은 권력에 눈길도 안 주고 학문탐구와 제자 양성을 위해 낙향하여 절레절레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필자가 뭐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러고 싶다는 의사표시일 뿐, 책이 안 팔리면 안 팔렸지 책을 무슨 돈 벌려고 장사하려고 쓰나? 책다운 책을 못 써 지금도 목이 마르다. 학문의 길은 먼 장거리이고 험난하여 영화를 바라는 건 그 자체가 학문이라기보다 분문(糞文)이라고 본다.

글에도 격(格)이 있고 신문에도 격이 있어 사람에게는 인격이다. 무엇을 글로 쓰느냐고 할 때 쓸 말을 써야 작가요 주필이며 논설고문이다. 아무 책이나 보지 말고, 아무 글이나 좋아하지 말고 볼 글만 보고 들을 말만 들어야 한다는 묵직한 인생길에서 필자는 노인신문이라는데는 관심이 간다.

글쟁이에게도 원가가 있어 높다면 보통을 넘는다. 시간 들여 돈 들여 책보고 밤새워 쓰고 고치고 버리고 또 쓰고 쓰기를 반복해도 이게 영 알통이 허접하다면 그런 글을 써서 영화를 누리고 대박이 난들, 그 글을 읽게 될 아들 딸 며느리 사위에게 부끄럽거나, 어린 손자손녀의 정신건강과 인성교육에 해로운 글이라면 제발 글 좀 들 쓰지 말라 하고 싶다.

남 술 먹을 돈으로 책을 사 장이고, 남들 놀 때, 잘 때, 잠 안 자고 공부하고, 책한 권 내려면 엄청나게 써야하는 자료수집과 탐사 경비를 누가 알아주리라고 쓴 건 아니라지만, 빌딩 값보다 더 비싸야 할 지식 값어치는 개 값이라니... 그래도 지적소유권이 이제야 고개를 드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기는 한데 현실 인성은 망가져 버렸다.

그러면 천 주필은 글 얼마나 잘 쓰느냐고? 깨갱~ 십리는 도망가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진실은 하나~! 세종에 대한 관심, 그리고 연민(憐憫)과 애정만은 진정이라는 점 밝히면서, 앞으로 좋은 인생의 글동무로 살아가기를 요청드린다. 세종매일 독자여러분의 행복을 향해 렛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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