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욱 세종법률사무소 변호사

  ▲배철욱 변호사
  ▲배철욱 변호사

▲A의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가지고 있는 B가 A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며, A 소유의 아파트를 매도하겠다고 하는데, B와 A 소유의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해도 되는 건가?

민법 125조에서는 본인이 (무권)대리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였음을 표시한 경우, 대리권을 수여한 범위 내에서 본인에게 책임을 부담 지워 상대방을 보호하고자 하고 있다.

이는 민법상 “표현대리”라 한다. 그런데 표현대리로 보더라도,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무조건 본인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법원도 유사한 사건에서 소유자가 아닌 제3자로부터 근저당권을 취득하려는 자로서는 근저당권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소유자에게 과연 담보제공의 의사가 있는지 여부, 제3자가 소유자로부터 담보제공에 관한 위임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보는 것이 보통인바, 그러한 조사를 하지 않고 제3자를 대리인이라고 믿은 데는 과실이 있다(대법원 1995. 2. 17. 선고 94다34425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B가 A의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가지고 있더라도, 반드시 A에게 아파트 매매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한 후 대리인 B와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정해야 할 것이다.

▲A는 C로부터 빌린 1,000만원의 채무를 빌리면서, 동의 없이 B의 인감도장과 신분증을 훔쳐 B를 연대 보증인으로 세워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공증까지 받아두었다. A가 돈을 갚지 못하자, C는 B에게 금전을 지급을 요구하였는데, B는 이를 거부할 수 있나?

A가 B의 인감도장과 신분증을 훔친 것으로 볼 때, 이는 대리권을 전혀 수여받지 않는다. 이러한 대리권 없는 자가 행한 대리행위는 원칙적으로 무효다.

다만, 무권대리인에 의해 작성된 금전소비대차계약서가 공정증서로 작성된바, 그 효력이 있는지 의문일 수 있는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무권대리인의 촉탁에 의하여 작성된 공정증서는 정당한 사유의 유무와 관계없이 채무명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할 것이다고 판시한바 있다.(대법원 1984. 6. 26. 선고 82다카1758 판결)

따라서 B는 무권대리로 작성된 금전소비대차계약이 무효임을 주장하여 C의 요구를 당연히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

▲부인 A가 남편 B의 명의로 분양받은 45평형 아파트의 분양금을 납입하기 위해 C로부터 금전을 차용했는데, 이 때 부인 A가 남편 B의 인감도장을 사용해 연대보증인으로 서명된 차용증을 교부받았다. 이 때 C는 B에게 금원지급을 요구할 때, B는 이를 거부할 수 있는가?

민법 제832조 제1항에서는 일상가사대리권을 규정하고 있고, 이는 부부가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권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부부라는 사실만으로 부부일상가사대리권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과 범위는 그 부부공동체의 생활 구조, 정도와 그 부부의 생활 장소인 지역사회의 사회통념에 의하여 결정된다.

문제가 된 구체적인 법률행위가 당해 부부의 일상의 가사에 관한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법률행위의 종류·성질 등 객관적 사정과 함께 가사처리자의 주관적 의사와 목적, 부부의 사회적 지위·직업·재산·수입능력 등 현실적 생활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31229 판결 참조)

이러한 사안에서 그 아파트가 남편 B의 유일한 부동산으로서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경우라고 한다며, 대법원은 그 금전차용행위가 일상가사에 해당한다고 보아 남편 B도 대여금을 갚을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9. 3. 9. 선고 98다4687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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