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효교육원장 최기복

  충청효교육원장 최기복
  충청효교육원장 최기복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 부양조차 힘들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그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저출산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11일이 인구의 날인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뭔 날이다 싶으면 으레 들고 나오는 문제들이 심각한데, 아니나 다를까 7년 뒤인 2020년엔 인구 고령화가 심각해서 고비란다.
 
아이를 많이 낳아 부산 앞바다로 떨어지는 그림을 본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저리들 난린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보다 심각한 것은 역차별 문제다. 젊은 층에서 들고 나올 역차별. 지금까지는 소외되는 것은 노인층이었고 그래서 외롭고, 쓸쓸하고 언제 생을 마쳤는지 냄새로나 알고 했었는데 그 노인층이 너무나 많다보니 젊은 층에서 노인들 때문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칠 날이 온다는 것이다.

2021년부터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층으로 대거 편입된다니 전혀 빈 말은 아닐 듯싶다. 게다가 현재 73%인 생산 가능 인구의 비율이 2021년부터는 70% 아래로 떨어져 15세에서 64세까지의 경제활동 인구가 급감한다니 그 심각성은 또 어떨지. 고령자에 대한 복지 예산은 급증할 것이고 젊은 층들이 부담해야 될 세금은 훨씬 더 많아질 텐데 지금 같이 형제자매도 없는 상황에서 부담이 그만큼 커지면 자기 부모조차 부양하기 힘든 일이 벌어질 것이란다. 

그것뿐인가. 요즘 갈수록 느는 것은 계약직에 임시직이니 누가 마음 놓고 부모를 봉양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 지경 속에서 어떻게 효를 꺼내들겠는가. 아예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 사회에서 효를 제대로 키워내는 문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이야기 돼왔듯이 일단 안정된 직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직업이 불안정하고 그로 인해 앞날이 불투명한데 누가 아이를 낳아 기르려 하겠으며, 지금처럼 딸바보니 하는 말들이 어떻게 유행처럼 번지겠는가 말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일, 가정 문제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고 그 나마 어린이집이 있어 좀 낫다고 쳐도 교육비에 양육비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 계약직에 임시직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실업자라면 아예 결혼은 꿈에서조차 어려울 판이다. 또 그런 판국에 부모까지 돌보라고 한다면 아예 포기해버리는 젊은 층이 속출할 지도 모른다. 유럽에서 아이 부양비를 내기가 벅차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이혼남의 이야기를 공공연히 들었는데 이제 우리가 그 판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를 낳지 않고 늙어버리면 누군가에 의해 보호를 받아야 될 텐데 지 부모 하나 제대로 봉양 못해 아우성인 이즈음에 누가 남의 부모를 모실 것이며, 그러면 국가에서 그들을 책임져야 하는데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젊은 층이 불안정하면 누가 그 부담을 지려 하겠는가. 그러니 집에서 놀게 될 테고, 놀게 되면 자연히 부모로부터 핀잔을 들을 것이 뻔하니, 잔소리한다고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을 저지를 수밖에. 

 이미 우리 아이들은 너무 많은 것을 누렸다. 조금도 부족함 없이 황제처럼 커버린 아이들에게 부모 봉양이라는 문제를 떠넘기기에는 터무니없이 역부족이다. 재벌 2세가 꿈인 아이들에게 부모 봉양은 너무나 멀고 험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그 아이들에게 효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실행하게 하려면 일단 교육이 앞서야 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부모를 생각할 수도 있도록 안정된 기반도 마련해주어야 하고 서로 의지하며 상의할 형제도 낳아주어야 한다. 가당치도 않은 효부이야기로 관심을 끌려하지 말고 실질적이고도 실행 가능한 당면 문제부터 풀어줘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허벅지 살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왜 베어야 하는 지 마음부터 떠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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