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효교육원장 최기복

   충청효교육원장 최기복
   충청효교육원장 최기복
한국은 지금 부끄러움으로 가득하다. 무엇이 그렇게 부끄럽냐고 말하기가 더 부끄러울 정도로 수치스럽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부끄러움의 장본인들이 부끄러움을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말에 팔불출이란 게 있다. 열 달을 다 못 채우고 여덟 달 만에 나왔다는 뜻인데 몹시 어리석은 사람을 조롱삼아 쓰는 말일 게다. 열 달을 못 채우고 나온 것에 무에 웃음거리가 되겠냐마는 그가 하는 짓이 보기에 못마땅하니까 붙어 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 팔불출보다 못한 사람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한심하기에 앞서 걱정스럽다. 온갖 비리에 비자금, 스캔들에 회사까지 끝장내놓고는 밑에 사람이 잘못했다고 자기는 모르는 일이란다.

수없는 공약(空約)을 내뱉어놓고는 임기가 끝나면 도덕적으로 하나도 흠이 없단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소위 스타라는 연예인들이다.

흡입기로 살을 빼고는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날씬해졌다며 거짓 테이프와 책을 팔아먹고 걸리면 몇 방울의 눈물로 끝낸다.

추잡한 성 장면으로 온 국민을 분노케 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인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다. 어디 그뿐이랴. 그래서는 절대 안 되는 학교에서도 남몰라라다. 남의 논문을 표절해서 교수가 되고 거기다가 그것을 발판으로 정계까지 진출해놓고는 걸리면 관행이란다. 아니 그때는 다 그랬단다.

저들은 적어도 이 사회의 볼거리와 알 거리, 행할 거리를 주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그 모양인데 어떻게 이 땅, 이 국민에게 정도가 설 수 있겠는가. 그러니 청소년들이 무엇을 보고 본받겠냐 말이다. 이런 풍토 속에서 또 어떻게 효가 자리를 틀수 있을지 우려가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다. 어른 흉내 내는 아이들 쯤이야 이젠 화제 거리도 되지 않으니 말이다. 

효는 제대로 된 풍토 속에서만 자생할 수 있다. 그래서 예부터 어른들이 손수 모범을 보였고 그것도 모자라 교육으로 철저히 가르치며 다독거렸고 그도 안 되면 엄하게 꾸짖고 처벌했지 않았던가. 후레자식은 그래서 나온 말이다. 부모가 오른 본을 보여준 적이 없는데 자식이 제대로 행할 리는 만무하다. 배운 데 없이 막되게 자라서 몹시 버릇이 없다보니 후안무치할 밖에. 

사회와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정도를 행하면 아니 정도는 그만 두더라도 부끄러움을 알면 그른 풍토는 조성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되면 청소년들도 저절로 인성과 인격을 갖추게 될 수가 있다.

그렇지 않고 그른 풍토를 나 몰라라 방치하면 그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되고 어지간한 부끄러움은 오히려 개성이 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그릇된 것을 그 누구도 꾸짖거나 바로잡지 못한다. 되레 그렇게 하는 것이 까칠한 사람으로 치부된다.

엄마와 아이가 싸우듯 대화하고 서로 격 없이 대하는 것이 마치 다정한 사이처럼 인식되고 그것이 눈높이 사랑처럼 여겨지는 풍토가 정상적이지는 않지 않은가 말이다. 내 자식 버릇없는 것은 알지 못하고 자유분방하고 스스럼없이 자라기만을 바란다면 언젠가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때가 됐다.

요즘 들어 참으로 궁금하다. 저렇게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 아이들에게는 뭐라고 말할까.

또 그 아이들은 그런 어버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나 보고 싶다.

우리 사회는 이제 커다란 과도기를 처해 있다. 모든 분야에서 새롭게 정립해나가지 않으면 큰 위기감에 봉착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 그만 부끄러움 좀 알고 조금이나마 어른답게 살아보자. 제발 어른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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