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희 백수문학 편집인

몇 년 전부터 삶의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첨단기계들의 발달을 볼 때 더욱 그랬다. 통신이 발달하면서 더욱 실감하게 되는데,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상품들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신상품들의 유혹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물건이 수명을 다 할 때까지 쓰는 것보다는 신상품이 나왔을 때 적절히 바꿔가며 쓰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또는 유행에 뒤처지지 않은 사람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그런 인식으로 인한 경제적 낭비는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으로 어마어마하다. 

중학교 때쯤 시골마을에 유선전화가 보급됐다. 한 가구에 한 대씩, 까만색 다이얼전화기가 안방 탁자 위에 놓였다. 가끔씩 걸려오는 전화를 서로 받으려 했고,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따르릉’ 소리는 반갑고도 설레게까지 했었다.

전화를 받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전화를 건 상대방이 누구인지 가족 모두에게 알릴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불편하기도 했었다. 선친께서는 대학시절 남자 선후배나 동기에게서 전화가 오면 정확히 자신의 소속을 밝히지 않으면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으시고 나에게 연결을 해 주지 않으셨다.

나름대로 선별을 하신 후 전화를 받도록 하셨다.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었을 것이다. 지금보다는 훨씬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그때는 그것만으로도 큰 편리함과 행복감을 느꼈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반 이상이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다. 불안한 사회이기에 부모와 실시간 연결되어 걱정을 덜 수는 있지만, 아이들이 게임이나 인터넷에 노출되어 있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더 큰 문제는 개인적인 통신기기 소지로 가족 간의 소통이 더 원활해야 하는데, 그 반대라는 점이다. 옛날에는 부모가 전화를 받아서 건네주시기 때문에 누구랑 통화하는지, 또 통화 내용을 들으시면 왜 전화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전화기에 잠금장치를 해 놓아서 부모도 전혀 그 사용처를 알 수 없게 해 놓았다. 문자를 하는지, 카카오 톡을 하는지, 싸이월드를 하는지, 카카오스토리를 하는지, 인터넷을 하는지, 게임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소통을 위한 기기가 오히려 가족 간의 소통을 방해하고, 편협한 인간관계로 나아가는 점이 안타깝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핸드폰은 필수품이 되었다. 핸드폰으로 전화, 카메라, 음악, 인터넷, 메일, 게임, 문자, 시계, TV, 영화, 학습, 뉴스, 정보 등 작은 기기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어 유용함이 크다. 그러나 단점은 중독성으로 인한 시간 낭비가 크다는 것이다. 눈을 뜨면서부터 날씨와 뉴스를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고, 필요하지도 않은 정보에 관심을 갖게 되어 눈의 피로함을 가중시키게 된다. 그런데도 지척에 두고 가장 가까운 동반자의 처지가 되었다. 핸드폰을 분실이라도 하면 순식간에 저장되었던 많은 정보가 사라져 낭패감에 빠질 위험성도 크다.

가장 큰 문제는 핸드폰으로 인해 독서시간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점이다.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책으로부터 너무 멀리 와 있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핸드폰과 책을 동시에 균형적으로 가까이 둘 수 있는가가 문제다. 세상 사람들이 다 쓰는 핸드폰을 안 쓸 수도 없지만, 지나친 사용으로 해야 할 일을 놓치고 독서량이 감소한다면 그것은 다 개개인의 책임이다. 어디에 하소연 할 수도 없다.

오늘부터 핸드폰에 대한 절제를 시작해 보자. 생겨난 여유로는 책 한 권씩 가까이 해 보자. 읽어야 할 책은 많고도 많다.

마침 ‘세종시평생교육연구원’이 지난 7일에 개관함에 따라 우리 지역의 숙원이었던 멋진 도서관이 탄생되었다. 세종시민들의 발걸음이 도서관으로 향하는 2013년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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