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희 백수문학 편집인

짧았던 설 명절 연휴가 끝났다. 고향이 멀리 있는 분들은 오고감에 큰 애로가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한파까지 겹쳐 설을 지내기 위한 어려움은 더 컸었다. 어른들은 고향방문에 따른 피로감과 음식장만, 아이들에게 줄 세뱃돈과 부모님에게 드리는 용돈으로 남몰래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철모르는 아이들은 마냥 세뱃돈 자랑에 여념이 없었을 것이다. 

어릴 때는 손꼽아 기다려졌던 명절이 이제는 부담감이 큰 날로 바뀌었다. 유년시절 할머니와 어머니께서는 흰 가래떡을 열흘 전쯤에 하셔서 집에서 떡국용 떡이 되도록 써는데 많이 애를 먹었다. 칼자루를 쥔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빨갛게 부어오르고 손목도 아팠던 기억이 있다.

명절에는 인절미 떡도 하고, 시루떡도 하고 백설기 떡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식혜와 수정과, 약과, 한과 등도 직접 하셨고, 부침의 종류도 여러 가지로 많아 그야말로 풍성한 명절이었다.

요즘도 풍성한 명절이고 주부들은 여전히 바쁘다. 그러나 명절을 즐겁고 행복하게 인식하는 사람들은 많이 줄어들었다. 주부들이 가사와 육아를 전적으로 부담하고, 대가족제도에서 형성된 명절 풍속이 핵가족화 됨은 물론이고 맞벌이를 하는 경우에는 도통 따라갈 수 없는 명절 풍속이 됐다. 그래서 명절에는 부부싸움이 많아지고, 친척간의 불화도 생기게 된다. 얼마 전부터 즐겁고 행복해야 할 명절이 평소보다 부담이 많이 가는 연휴로 변질되었다. 세상은 엄청 빠른 속도로 변화되었는데, 사람들의 인식은 낙후되어 남자들이 가사와 육아를 하면 안 되는 줄 안다.

그리고 맞벌이하는 며느리일지라도 온통 명절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것처럼 인식하기에 며느리들의 명절 고통은 가중된다. 물론 부모님이나 남편들도 부담이 큰 명절이지만, 며느리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최근 명절 증후군 이야기가 매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세태만 이야기되고 있지, 그럴듯한 해법 제시는 안 되고 있다. 사견으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풍도 바뀌어야 한다.

현대인이 조선시대의 가풍을 따르려하니 도저히 맞출 수가 없게 되었다. 식구도 없는데 많은 음식을 하느라 고생하고, 또 명절이 지나면 음식 소비가 문제시 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과일도 좋아하는 과일 몇 가지, 음식도 좋아하는 것 몇 가지로 압축한다면 경제적이고 덜 피곤한 명절을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정 서운하다면 3년이나 5년마다는 정식으로 절차와 음식을 마련해서 후손들에게 교육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 한 해는 성묘만 하는 것으로 명절을 보내고, 한 해는 제사만으로 의식을 다하고, 또 한해는 차례를 통해서 조상을 기리는 방법 등 시대에 알맞은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명절을 보내는데 있어서 요즘처럼 부부간에 불화가 심하고, 가족 간에 알력과 불만을 표시하는 날이 명절날이라면 사회적으로 깊은 관심을 갖고 해법을 공개적으로 논해야 한다.
 
가족 중에서도 여자들이, 여자 중에서도 며느리 입장인 사람들이 과도하게 피로함을 느끼는 명절문화는 분명 문제가 있다. 언론에서도 ‘명절이 되면 국민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귀성길 정체는 언제가 가장 심할 것이다’라는 등의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고유의 명절이 자칫 가족이 더 소원해지고 있음에 초점을 맞추어서 가족들이 할 수 있는 놀이를 소개하고, 경제적으로 절약하고, 서로 배려하는 명절 캠페인을 펼쳤으면 좋겠다.

어머니, 아내, 엄마가 뿔나면 무섭다. 가족들이 적절히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 피로감을 물리칠 수 있도록 따뜻한 배려의 말을 한 마디씩 해 보자. “얘야, 수고 많았다. 올라가면 좀 쉬어라”, “여보! 많이 힘들었지? 집에 가면 내가 다할게”, “엄마! 저도 도울게요. 오늘은 푹 쉬세요” 등 할 수 있는 따뜻한 말은 많고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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