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희 백수문학 편집인

삶이 채움과 비움의 연속인 듯하다. 비어 있으면 채우려 노력하고, 채워지면 비우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적정하게 잘 유지하면 큰 탈이 없으나 채움이 너무 과해도 문제이고, 비움이 극에 달해도 그 또한 문제를 야기한다.

신체에 있어서도 너무 과하게 영양소를 섭취하고, 제대로 에너지를 소비하지 못하면 과체중이 되기 쉽다. 과체중이 되면 성인병에 노출이 되기 쉽고, 외모상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반면에 지나치게 음식을 먹지 않을 경우에는 저체중이면서 영양실조로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면역력 저하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신체에 에너지를 투입하고 배출하는데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채움과 비움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 곳은 많이 있다. 가족들이 함께 쓰는 냉장고도 용량의 70%를 넣었을 때 가장 효율성이 발휘된다고 한
우리 집 냉장고를 보아도 냉동실은 먹을 것, 못 먹을 것 해서 가득하기만 하다. 세탁기도 역시 빨래를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세탁력이 떨어져 깨끗한 빨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집 공간도 마찬가지다. 아파트의 경우 한정된 공간에 물건과 함께 공생하려다 보니 여유로운 공간은 점점 줄어든다. 예전에 비해 요즘은 가전제품들의 용량이 커져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냉장고와 TV, 에어컨 등은 한 가정에 하나 이상인 경우가 많아 공간과의 전쟁은 더욱 심각하다.

가끔씩 대청소를 하면서 비워내도 어느새 여유가 있다싶은 공간에는 또다시 물건들로 빽빽하게 되고 무질서하게 된다. 그렇다고 생활에 다 필요한 물건들도 아니고, 버리기엔 아까운 그런 물건들로 고민에 빠뜨리게 한다.

눈에 보이는 물질을 채움에 급급해 비움에 대해서는 그렇게 신경을 못 썼다. 얄팍한 지갑을 두둑하게 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쉴 틈 없이 달리고, 맛있는 음식의 유혹에 못 이겨 과잉적으로 섭취하다 보니 성인병이 어느새 손님으로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 됐다. 채움으로써 허기진 배를 해결하긴 했으나 정신은 지나치게 황폐해지기도 했다.

과잉적인 채움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제를 통해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비움으로 인한 결핍현상은 적절한 채움이 필요하다.

물질적으로 부족한 면에 대해서는 채움이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도 정신적으로 필요한 채움에 대해서는 더 골똘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요즘은 독서하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단순한 삶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독서와 사색을 통한 해결방법만큼 좋은 일도 없을 듯 한데 아쉬운 일이다.

국민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출판인쇄의 불황이 거센가 보다. 사치와 허영을 위한 업종이 아닌 정보, 지식, 교육, 문화와 관련된 업종의 불황인지라 걱정이 되기도 한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독서량과 비례한다고도 하는데, 후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그동안 물질적 채움에 집중하다 보니 정신적으로는 많이 빈곤해졌다. 채움과 비움에 균형이 필요하다. 문화공연도 좋고, 독서도 좋고, 자원봉사활동도 취미활동도 정신적 빈곤을 해결하는데 좋은 방법이다. 물질에 치우침은 부족함만 못할 수도 있다.

인류에게 물질보다 정신적으로 더 풍요로웠던 적이 있을까? 문화가 부흥되었을 때 인간은 훨씬 행복감을 느낀다.

제대로 된 비움이 있어야 새로운 것들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 꼭 남겨야 할 것만 두고 필요 없는 것들은 과감히 정리를 하자. 그래야 좀 더 쾌적한 공간에서 삶의 여유를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으로 채울 때에는 신중을 기하고, 대신 낡고 필요 없는 것은 버리도록 해보자. 그래야 적절하고 효율적인 채움과 비움의 순환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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