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천 임방수

애꿎은 신작로의 돌만 발로 차면서 따라 갈 뿐이다. 임 선생이 견지질하는 낚시터는 뻔하다. 양수장 아래 철탑이 있는 모래턱이 좋은 곳에서 매년 낚시를 즐긴다.
동네를 벗어나 양수장 가는 길 중간 즈음에 주막 겸 점방이 하나 있다. 낚시 갈 때마다 임 선생은 그곳에 들려 소천이에게 줄 눈깔사탕 몇 개와 사이다 한병을 샀다.
그것이 심부름의 댓가 전부이다.

멀찌감치 점방이 보이는데, 그 앞에 교장 선생님인 듯 한 사람이 서있고, 그 옆에 계집아이도 하나 서 있다. 임 선생과 소천이가 점방에 가까이 가자 ‘어서 오세요’ 하고 교장 선생님께서 반기신다. 그 옆에 생각지도 못한 소천이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생기가 돈다.
사전에 교장선생님과 임 선생 둘이서 낚시를 같이 가기로 하고 만남의 약속장소로 점방을 정한 모양이었다. 숙희 역시 교장 선생님의 심부름을 위하여 딸려 나온 것이었다.

임 선생은 점방에 들어가 작년과 다름없이 눈깔사탕과 사이다 두병을 봉투에 넣어 둘이 나누어 먹으라 하신다. 네 사람은 소천이가 예상한대로 철탑 아래로 향하였다. 하천 둑을 내려서니 하얀 백사장이 펼쳐진다. 백사장은 모래가 곱고 깨끗하며 가끔 돌비늘이 섞여 있어 반짝 거린다.

백사장이 들어서기 전에 모두는 신발과 양발을 벗어 들었다. 맨발로 한여름에 뜨겁게 달구어진 모래 바닥을 밟으니 발이 익는 것 같다. 소천이는 매년 겪는 일이라 참을 수가 있는데, 숙희는 난생 처음 경험하는 터라 발바닥이 뜨거워 죽겠다면서 울상이다. 그러는 숙희에게 두 어른들은 무좀 예방에 좋다면서 걷기를 강요한다.

뜨거운 백사장을 100m 걷고 나니 모두의 발바닥이 빨갛게 익었다. 나무 한 그루 없이 허허벌판의 백사장에는 땡볕만이 거들먹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강물은 2년전과 변함없이 맑고 옥빛처럼 깨끗하여 소리없이 햇빛에 부서져 흘러간다.

소천이는 신이 났다. 매번 오목 둘 때는 지기만 했지만 오늘만큼은 물가에 익숙지 못한 숙희에게 자신 있게 보여줄 재미난 놀이가 많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바지를 벗어 똘똘 말아 바분지에 놓고 낚시를 하러 강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무릎이상의 깊은 곳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어른들은 강에 낚시하러 들어가고, 소천이와 숙희 둘만이 백사장에 덩그러니 남았다. 소천이는 우선 백사장과 강물이 만나는 부분에 웅덩이를 찬물이 나올 때 까지 깊게 팠다. 그리고는 사이다를 그곳에 넣고 발을 담그고,

“숙희야! 더운데 빨리 와서, 여기에 발을 담가 봐 무지무지하게 시원하거든”
숙희는 살금살금 와서 담고는
“우와 정말 시원하구나!”
하고는 좋아라 한다.

소천 임방수

한국농촌 문학회원, 수통골 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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