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천 임방수

사모님은 김치를 부엌으로 가지고 나가시고 그 사이 숙희는 미닫이를 열고 윗방으로 소천이를 데리고 갔다. 숙희는 방석을 내주면서 앉으라고 한다. 소천이는 호기심에 방 구석구석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여자애가 쓰는 방이라서인지 자기 방보다 깨끗하고 정리 정돈이 잘되어 있다.

잠시 후 사모님께서 봄철에 맛있는 국광사과를 가지고 들어오셔서
“맛있게 먹고, 재미있게 놀아라.”
하시고는 나가셨다.

방안에 둘이 덜렁 남아 있으니 어색하기 짝이 없다. 숙희가 조그만 손으로 깎아주는 사과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맛이 있었다.
“우리 뭐하고 놀까?”
“글세......”
하고 망설이는데
“너 바둑 둘지 아니?”
하고 묻는다.
“바둑? 나는 둘 줄 모르는데? 너는 바둑을 둔단 말이야? 참으로 대단하구나.”
“그러면 오목은 할 수 있지?”
묻자 소천이는
“응 할 수 있어.”

숙희가 안방으로 내려가 바둑판을 가져 왔다. 종이에 네모 칸을 그려 오목을 두어 보았으나 바둑판으로 오목을 두기는 처음이었다. 오목을 두기 시작했으나 소천이는 숙희를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아무래도 바둑을 둘 줄 아는 숙희의 수를 따라 갈 수 없는 이다. 소천이는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완패를 했다.

이번의 심부름을 시작으로 숙희와 소천이는 마음 편히 왔다 갔다 하면서 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아름답기만 하던 봄은 깜짝할 사이도 없이 지나가고 여름 방학을 맞이하였다.

여름 방학이 시작된 첫 주 일요일.
임 선생이 소천에게 낚시를 가자고 한다. 원래 임 선생은 여름방학이 되면 고향에와 견지낚시를 즐겨했었다. 낚시 갈 때마다 잔심부름을 위하여 소천이를 꼭 데리고 다녔다. 잔심부름 이래야 별 것도 아니다. 임선생이 낚시하고 있는 동안 백사장에 벗어 놓은 바지와 양말, 신발을 지키고 있으면 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주막에 들려 낚시로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동네 유지분들과 약주를 드시면 소천이는 낚시 도구를 집에 갖다 놓는 일이 전부였다.

그러나, 한 여름 뜨거운 날씨에 백사장에서 옷가지를 지킨다는 것은 그 또래 아이에게는 큰 고역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호랑이 선생님이라고 소문이 났고, 집안에서는 엄하신 아버지였기에 감히 거역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인지 소천이의 성격은 능동적이지 못하고 소심한 편이었다. 그 날도 ‘오늘도 죽었구나’ 하면서 아버지를 따라나섰다.

 

소천 임방수

한국농촌 문학회원, 수통골 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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