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얘들아, 깡통 돌리러 가자

                        ▲장승현 작가.
                        ▲장승현 작가.

23 추석맞이 가족 운동회 

우리 가족은 작년부터 가족운동회를 시작했다.

 작년에도 20여 명이 모여 우리 아들 성욱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가서 운동회를 했는데 올해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시작한 운동회를 이젠 조직적으로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올해는 고등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다섯째 딸이 운동회 프로그램이며 준비물들을 꼼꼼이 챙겨왔다.

홀어머니 밑에 7남매, 각자 자녀 둘씩. 우리집은 홀어머니 밑에 7남매가 있다. 

아들인 나를 비롯하여 내 위로 누나 하나에 여동생이 다섯인데, 다 결혼하고 막내가 이번 추석 때 결혼할 남자를 데리고 오게 되었다. 

다들 결혼하여 자녀들을 둘씩 두었으니 식구들이 다 모이면 총 인원이 25명이나 되는 셈이다. 차도 집집마다 한 대씩 타고 오면 마당 한가득 주차할 곳이 모자랄 정도다.

어머니가 25년 전에 홀로 되어 7남매를 혼자 기르시고, 이제는 다들 시집 장가 보내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우리집은 어렸을 적 고생을 많이 했다. 시골에서 땅뙈기 한 평 없이 부모님들이 품을 팔아 7남매를 가르치고 먹여 살렸으니 오죽하겠는가?

보리밥을 커다란 양재기에 비벼 먹다 보면 숟가락이 아홉 개, 힘들게 일하러 나가시는 아버님은 참으로 난감할 때가 있었다. 

일은 해야겠고 허기가 져 밥은 먹어야겠고, 숟가락은 양재기 속에 걸리적거리고 참다 못한 아버지는 “야들아, 이젠 숟가락 좀 놔라.” 하시기도 했다.

이 말 하기가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우린 항상 배고파 하면서 컸다. 그러나 이젠 7남매 모두 건강하게 자라 하나도 빠지지 않게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가족운동회가 시작되었다. 두 팀으로 나누어 편을 갈라보니 한 팀이 10명 정도 되었다. 각자 팀 이름을 ‘며느리밥풀’과 ‘잡동사니’라고 정하고 경기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시작한 건 제기차기인데 어린 아이들은 제기차기가 익숙하지 않은지 거의 한 번밖에 차지 못했다. 나도 제기차기를 했는데 13번을 찼다. 그래도 그 중에 잘 찬 축이다.

그 다음 경기는 훌라후프였다. 그런데 훌라후프는 경기가 되지 못했다. 다들 수도 없이 많이 하는 바람에 우열을 가르지 못했다.

2인 삼각경기도 열렸다. 아내가 집에서 내가 쓰지 않는 넥타이를 가져와 두 사람의 다리를 묶어 달렸다. 두 팀별로 줄을 서서 시작한 2인 삼각 경기는 서로 열의가 대단했다.

그 다음은 쟁반 위의 공 나르기였다. 이 경기를 하기 전에 잡동사니 팀이 질서를 잘 지키는 바람에 점수를 10점 받았다.

아내는 이번에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다. 공 나르기에서의 압권인 표정 연기와 이어달리기에서 죽을 둥 살 둥 달린 공로다. 우리집은 내가 유일하게 아들이라 며느리한테 시누이들이 정말 잘해준다.

이제 마지막,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어달리기다. 

처음에 운동장을 반 바퀴씩 돌려고 했는데 모두가 한 바퀴로 하자고 우기는 바람에 운동장 한 바퀴씩 돌기 이어달리기를 했다. 처음 주자는 성욱이와 성안이. 일곱 살 난 성안이놈이 자기 형을 죽어라 쫓아가는데 생각보다 잘 뛰었다. 

처음 주자에서 밀린 우리 팀이 막내딸과 셋째 사위와의 경기에서 폭이 좁혀졌다.

막내딸이 어렸을 적 오래달리기를 잘 한 경력도 있는데 셋째 사위가 하루 종일 술 마시고 그러더니 뒤에서 막내가 열심히 따라오는 줄도 모르고 여유를 부리다기 그만 막내딸한테 추월을 당하고 말았다.

이제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은 우리 가족 운동회를 또 해보고 싶다. 그런 날이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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