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얘들아, 깡통 돌리러 가자

                        ▲장승현 작가.
                        ▲장승현 작가.

22 아빠, 우리가 TV에 나왔대

요즘 주변에서 인사 받는 일이 많아졌다.

“장 목수, TV에서 봤어. 화면발 잘 받던디…….”
“이거 유명인사 되었던데… 그렇게 보니까 또 장 목수가 달라보이데…….”

얼마 전 기남방송이란 지역 케이블에서 일주일 동안 나를 찍어간 적이 있었다.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를 보고 찾아왔다고 했다. 목수 일을 하며 살아가는 내 삶을 그냥 있는 그대로 찍어보자고 하기에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거의 일주일 동안을 스토커처럼 붙어 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약간의 연출도 하고 촬영을 위해 내 생활을 거기에 맞추는 일도 있었지만 그냥 내가 살아가는 일상들을 중심으로 포커스를 맞추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찍었지만 일주일 동안 촬영을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객관적으로 나의 삶을 봤을 땐 어떨까? 내가 살아가는 모습은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그러면서 그동안 내가 살아온 것을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우선 목조주택을 짓는 목수 일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았다. 

방송에서도 그 일을 중심으로 기획을 잡았기 때문에 현재 마감을 하고 있는 집들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했다.
아쉬운 건 목조주택을 처음부터 짓는 걸 보여주었으면 시청자들이 집 짓는 내용을 재미있게 이해했을 텐데 디테일한 작업 모습만 보여줘 그리 흥미롭진 않았다.

내가 목이 안 좋아 인터뷰하는 걸 많이 기피하니까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 인터뷰가 많았다.

대부분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는 하나같이 똑같은 멘트였다. 이제 손해 보는 삶을 살지 마라, 몸이 안 좋아졌으니 일 좀 줄이고 건강 좀 챙겨라 등 나를 위하는 말들을 해주었다.

우리 집 아내와 아들 둘이 사는 모습을 찍고, 내가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걸 찍고, 심지어 집에서 아이들이 내복 입고 날뛰는 것까지 찍게 되었다.

“아빠, 학교 갔더니 애들이 우리 식구들 텔레비에 나왔다구 그랴. 나보구 내복 입구 나왔다구 놀리는 바람에 그애하구 싸웠어.”
“아빠, 나두 애들이 그라는데 텔레비에 나왔대.”

우리 집은 케이블이 안 나와서 인터넷으로 보았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텔레비전에서 그것도 중앙방송인지 케이블 방송인지 분간을 못한 채 텔레비전에서 나를 보았다고 난리였다.

“싸인 좀 받아야 것어.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 줄 몰랐어. 텔레비전에 나오니까 화면발 잘 받던데?”
“아, 서운해. 왜 나두 좀 인터뷰하지.”

여기저기서 전화가 왔다. 심지어 경기도에 사는 분한테도 전화가 오고, 여동생한테도 전화가 오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 이야기였다. 2부까지 나온 프로그램인데 2주 동안 그것도 매일 두 번씩 케이블에서 방송을 하니 케이블이 깔린 곳에서는 웬만하면 거의 다 보았다는 것이다.

나도 이 방송을 인터넷에서 여러 번 보았다. 괜히 쑥스럽고 멋쩍기도 했지만 내 모습을 다른 눈으로 보니 색다르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목수 일 하는 걸 더 많이 찍고 내면적인 내 생활을 더 찍었으면 하는 것이다.

방송을 하면서 늘 인생이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한테 보여주기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니지만 남들이 봐서 좋은 삶이구나, 뭔가 보람되고 재밌는 삶이구나 하는 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인 것 같았다. 촬영을 하면서 내가 찾지 못했던 걸 카메라가 하나 하나 찾아주었다. 

내가 생각할 때는 소중하지 않았던 것들도 카메라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아주 소중한 삶들로 보였다.

“어울리지 않게 주방 일이여? 어, 평소에 그렇게 아이들한테 자상했나?”
“평소에 하지 않던 운동은 뭐여?”
“목수 일 하는 게 멋있던데? 수염하고 목수 일하고 아주 잘 어울려.”

방송이 나오고 나서 주변에서 나한테 하던 말들이었다.

카메라가 내 소중한 삶들을 하나하나 찾아냈듯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는 나 스스로 이런 소중한 삶들을 모아 정리해 나가야 할 것 같았다. 

인생이란 이런 연출된 모습도 필요할 것 같았다. 

그냥 되는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보았을 때 보기 좋고 아름답게 말이다. 내가 내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연출해 나가는 것이 잘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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