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사라져 가는 풍경들

17 아들한테 처음 받는 생일 선물

▲장승현 작가.
▲장승현 작가.

엊그제였다. 일을 끝내고 집에 가자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느닷없이 물었다.

“아빠, 생일이 오늘이지?”
“무슨 생일이?”
“아빠 생일이 12월 14일이잖아?”
“응, 그건… 음력인데?”
“음력이 뭔데?”
“글쎄, 하여튼 아빠 생일은 아직 멀었어. 한 달이나 있어야 해.”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한테 음력을 이야기해 주기는 아직 이른 것 같았다. 

그렇지만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 건 늦장가 가서 아들 둘을 낳았지만 아들놈한테 생일 선물을 받아보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아들놈이 생일 날짜까지 기억해주는 게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근데 아빠, 내가 생일 선물 할랴구 그러는데 뭘 사줄까?”
“글쎄, 네가 사주고 싶은 걸루 사줘라.”
“아빠가 일을 하니까 일할 때 쓰는 걸루 해줄까?”
“어, 그래? 그러렴.”
“그럼, 아빠가 일할 때 쓰는 망치루 사줄까?”

나는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아빠가 목수지만 생일 선물을 망치로 해준다는 놈은 처음 보았다. 아들놈 생각이 기발했다. 

“아빠는 줄자도 필요하고, 수평대도 필요하고, 먹줄도 필요하니까 제일 오래 쓸 수 있는 걸루 부탁을 해야겠다.”
“그게 뭔데?”
“응, 망치가 갖고 싶은데. 너 돈이 어디 있어?”
“할머니한테 맡겨놓은 용돈이 있잖아. 몇 만원이 넘는데…….”

목수 일을 하고 집에 연장이 많다 보니까 아들놈이 집에서 노는 게 망치를 가지고 나무에 못을 박는 놀이나, 줄자를 가지고 길이를 재보는 놀이를 가끔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는 “지 애비가 목수 아니랄까봐 그러냐?” 하며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는 말을 하곤 했다.

얼마 전에는 유치원에 태워다 주러 가고 있었는데, 동네 어귀 낡은 다리를 지날 때였다. 그 다리는 노후해서 5톤 이상의 자동차는 통행금지라고 써 있었다. 

“아빠, 아빠가 공사하러 다니잖아. 그러면 이 다리 공사두 아빠가 하면 안 돼?”
“아빠는 집 짓는 목수지 다리 공사하는 사람이 아녀!”

그러면서도 나는 아들놈이 아빠가 무엇이든지 다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게 너무 좋았다. 목수 일을 하고 보람을 가져 보기는 이때가 또한 처음이었다.

며칠 안 남은 생일이 기다려진다. 내년에는 아들놈이 선물해준 망치를 차고 돈 좀 벌어 빚도 갚고, 일거리도 많이 생겼으면 한다. 

네 살 먹은 작은아들놈한테도 옆구리를 찔러 줄자 하나를 사달라고 해야겠다. 

아! 아들놈한테 선물 받은 망치를 차고 일하러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내년은 새로운 희망이 생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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