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도림은 누구인가!

▲강용수 전 세종시의회 부의장.
▲강용수 전 세종시의회 부의장.

스파이는 현대전의 산물만은 아니다. 

고대(古代)이래 전쟁의 전략과 전술에서 중요한 수단이었다. 

즉, 스파이를 가장 중요한 병력으로 꼽아왔다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가장 우수한 사람을 뽑아서 파견했고, 그 공을 제일 높게 평가했었다. 허긴 적의 심장부로 들어가 공작하는 스파이는 가장 위험한 임무를 띠게 마련이었고, 지혜가 남달라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통상 스파이는 첩보 입수가 주된 역할이나 더 큰 역할은 적의 온전한 전술 운용을 방해하는 공작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스파이를 활용하는 일은, 삼국시대부터 있었다. 
가령 고구려 승려 도림의 대 백제 공작은 스파이전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고구려의 장수왕과 백제의 개로왕은 비옥한 한강 유역을 두고 명운을 건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장수왕은 427년 수도를 평양으로 옮긴 이후 남진 정책을 펴며 백제를 압박했다. 

백제는 국가의 중심축인 한강 유역을 상실하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므로 신라와 동맹을 맺으며 국방 강화에 힘쓰고 있었다. 

그러나 고구려의 장수왕은 당장 군사를 일으키는 것보다 백제의 국력을 약화시킬 공작에 먼저 착수해 공작을 담당할 간첩을 물색 중이었다. 

이때 등장한 스파이가 고구려 승려 도림인데 그는 승려였음에도 스파이로서 이렇게 출사표를 던지고 있었다.

“소승은 전부터 도(道)는 알지 못하므로 나라의 은혜나 갚으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신을 불초(不肖)하게 여기지 마시고, 저에게 지시하여 시키신다면 기필코 임금님의 명령을 욕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장수왕은 기뻐하며 도림을 백제를 속일 공작원으로 은밀히 파견했다. 

도림은 고구려에서 죄를 짓고 피신한 것처럼 행세하며 백제로 귀순(歸順)하였다. 
물론 도림은 이미 개로왕의 성향을 탐지하고 있었는데 개로왕은 바로 장기와 바둑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림은 백제의 대궐 수문장에게 “신은 젊을 때부터 바둑을 배워서 자못 묘수(妙手)가 되었는데 왕에게 아뢰어 주기 바랍니다”며 부탁했는데 이런 몇 마디 말을 들어줄 수문장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도림은 수문장에게 뇌물을 썼을지도 모른다. 개로왕이 도림을 불러 바둑을 둬보니 과연 국수(國手)의 실력이었다. 

바둑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개로왕은 일개 승려(僧侶)에 불과한 도림을 높여 상객(上客)으로 삼고는 수시로 대국하였다. 

개로왕은 도림을 뒤늦게 만난 것을 한탄할 정도로 그에게 빠져들었는데 도림은 바둑친구만이 아니라 개로왕의 신임을 받는 측근의 위치에까지 도달하였다. 

어느 날 도림은 개로왕과 독대하여 조용히 말한다.

“신(臣)은 다른 나라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임금께서는 소외(疏外)하지 않으셨고, 은혜가 매우 후(厚)하셨는데 저는 다만 한 가지 기능만으로 섬겼을 뿐이요, 일찍이 조그만 이익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지금 한 말씀 드릴까 하온데 임금의 의사가 어떠실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자 도림에 빠져있던 개로왕은 “다만, 말만하오. 만약 나라에 이익이 있다면 이는 법사에게 바라는 바이오”라고 말했다

이제 도림이 회심의 일타를 날릴 차례였다.
“대왕의 나라는 사방이 모두 산악과 하해이오니, 이것은 하늘이 만든 험지이며, 사람의 힘으로 된 형승지(形勝地)는 아닙니다. 그러므로 사방의 나라들이 호시탐탐 엿볼 수밖에 없사오며, 다만 이를 지키느라 다른 겨를이 없을 것입니다. 왕은 마땅히 숭고(崇高)한 형세(形勢)와 부유(富裕)한 실적(實績)으로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도 남을 진데, 궁실(宮室)을 수리하지 않고, 선왕의 해골(骸骨)은 임시로 땅 위에 모셔 놓았으며, 백성들의 가옥은 여러 번 하류(河流)에 무너졌으니, 신은 감히 대왕을 위하여 칭찬할 수 없습니다.”

개로왕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옳소, 내가 장차 이 일을 할 것이오”라고 답한다.
개로왕은 나라 사람들을 모두 징발하여 흙을 쪄서 성을 쌓고, 그 안에 궁실과 누각. 정자를 웅장하고 화려하게 세웠다. 

거석(巨石)을 욱리하에서 가져다가 곽을 만들어 아버지의 유골을 장사지냈다. 또한 강물을 따라 거대한 제방을 세우는 토목공사를 벌였다. 대규모 공사를 벌이느라, 국고는 텅 비고 인민은 곤궁해져 국력은 피폐해지고 말았다. 

스파이로서 간신의 전형적 행태를 훌륭하게 연기한 도림은 백제의 국력이 피폐해진 것을 확인하고는 고구려로 탈출했다. 

장수왕은 도림의 보고를 받고 크게 기뻐하면서 곧 출정을 준비하였다. 개로왕은 도림의 탈출과 고구려군의 침략 소식을 듣고 아들 문주왕에게 통한의 말을 남긴다.

“내가 어리석고 밝지 못하여 간사한 사람의 말을 듣고 이 지경에 이르렀다. 백성은 쇠잔하고 군사는 약하니 비록 위태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누가 즐거이 나를 위하여 힘을 다해 싸워 주겠느냐? 나는 마땅히 나라를 위하여 죽겠지만, 너는 이곳에 있어 함께 죽으면 나라에 이익이 없을 것이니, 빨리 난을 피하여 나라의 계통을 계승하지 않겠느냐.?”

개로왕은 아들 문주왕을 신라로 보내고 자신은 장수왕이 이끄는 3만 명의 고구려 군을 맞아 싸웠다. 그러나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이레 만에 성을 내주고는 탈출을 기도하다 포로가 된 뒤 죽임을 당했다. 

이때 백제 사람들 8천명이 포로로 끌려가 비참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비록 아들 문주가 신라의 구원병을 이끌고 와 멸망은 면했지만, 백제는 고구려의 침략을 피해 수도를 웅진(공주)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오랜 세월 백제의 터전이었던 한강 유역도 고구려의 몫이 되었다. 

개로왕의 간신 탐닉(奸臣耽溺)에 백제는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셈이었는데 이때가 서기 475년 이었다. 
그 이후 150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렇다! 문재인 정권에 이어 윤석렬 정부의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2016년부터‘민중자주통일전위’라는 반정부단체를 결성해 활동한 혐의로, 진보단체 소속 경남 창원의 한 부부를 수사 중이라고 한다. 

또한 지하조직을 만들어 윤석렬 퇴진과 주한미군 철수 투쟁을 벌여온 이들도 대거 적발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밝혀진 민노총의 이적행위는 가히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이 사건들을 국정원과 경찰은 문재인 정부 시절 혐의를 포착, 내사를 진행하다 중단하고, 최근 수사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혹자는 요즘, 고구려의‘도림’같은 스파이가 온 천지에 널려 있다고 한다. 즉, 이번을 계기로 국정원과 경찰은 스파이들을 발본색원하여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양산의 간첩, 문재인이 판문점의 도보다리에서, 김정은에게 전해준 내용이, 무엇인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한다. 

이적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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