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로 파가니니’

▲강용수 전 세종시의회 부의장.
▲강용수 전 세종시의회 부의장.

영국의 상징이기도 한, 타워 브리지(Tower Bridge)는 템스강 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개폐가 가능한 도개교(跳開橋)로 양쪽에 고딕양식의 거대한 탑이 자리하고 있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유명하기만 하다.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문화와 산책을 즐기고 있기 때문에 늘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어느 봄날의 저녁나절이다. 이 광장 한쪽 귀퉁이에 한 거지 노인이 낡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구걸하고 있었는데, 이 낡은 바이올린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는 신통치 못했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았다. 물론, 거지 노인이 벗어놓은 모자에 동전을 넣어주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웬 낯선 외국인 한 사람이 그 곁을 지나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거지 노인이 열심히 연주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거지 노인은 다 떨어진 외투를 입고 있었고, 신발도 떨어져서 너덜너덜했다. 머리도 제대로 감지 못해서 덥수룩한 상태였다. 누가 보아도 초라하고, 처량해 보이기만 하였다. 

그 외국인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측은한 마음으로 이렇게 말한다. 

"할아버지, 죄송하지만 지금 제가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은 없습니다. 그러나 저도 바이올린을 좀 다룰 줄 아는데, 제가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잠시 몇 곡만 연주해 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거지 노인은 잠시 쉬기도 할 겸해서 그 낯선 외국인에게 낡은 바이올린을 건네주었다. 

외국인은 그것을 손에 쥐고서 천천히 활을 당기기 시작했다. 
낡은 바이올린에서 놀랍도록 아름다운 선율(旋律)이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 소리를 듣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사람씩 두 사람씩 걸음을 멈추고는, 외국인이 연주하는 음악에 빠져가고 있었다. 

한 곡이 끝나자 사람들은 박수를 쳤고, 두 곡이 끝난 후 사람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자연스럽게 앵콜(encore)이 이어지며, 이내 멋진 공연장이 되고 말았다. 

거지 노인은 자기도 모르게 흥분을 했던지, 벗어놓은 모자를 들고서 사람들에게 다가가 넙죽넙죽 절을 하고 다녔다. 

모두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노인의 모자에 넣는 바람에, 순식간에 돈이 수북이 쌓여만 같다. 그것도 한푼 두푼 던져주는 동전이 아니고, 돈의 단위가 높았다. 

모두가 동전이 아닌 지폐를 꺼내서 모자에 넣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경찰관도 놀라 달려왔다. 그러나 경찰관마저도 다 낡아 빠진 바이올린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선율에 매료되어 그도 물끄러미 바라보며 감상을 하고 있었다. 

경찰관도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거지 노인의 모자에 넣었다. 그리고 연주가 끝이 날 때,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곳에 서 있던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저 사람은 파가니니다. 파가니니, 파가니니가 틀림없다”며 그를 향해 달려 나가고 있었다. 

곧이어, 관중들로부터 터져 나온 환호는,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그렇다! 이탈리아의 ‘니콜로 파가니니(Nicolo Paganini)’는 바이올린의 천재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바이올린의 마술사라고 하는, 신화를 남긴 인물이다. 

그는 1782년 10월 27일 이탈리아의 제노바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무렵부터 만돌린과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음악교습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반년이면 스승의 실력을 따라잡는 재능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아들의 재능을 간파한 아버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한 연습을 시켰고, 파가니니는 14살인 1796년에 첫 바이올린 연주회를 열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한동안 궁정악사로 일하던 파가니니는 1810년부터 본격적인 연주여행에 나서,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에 이어 영국의 런던에 연주차 왔다가 호텔에 머무르며, 잠시 템스강변을 산책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불쌍한 거지 노인이 바이올린을 힘겹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측은한 생각이 들어, 그를 위해 대신 몇 곡을 연주하게 된 것이었다. 

이때, 파가니니의 연주는 템스강의 타워 브리지와 조화를 이루며, 런던의 하늘에 아름다운 무지개를 수(繡)놓기도 하였다. 

그렇다! 우리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면, 낡은 바이올린이지만, 그것이 누구의 손에 잡혀 연주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지 노인이 그것을 연주할 때는 형편없는 소리였지만, 파가니니의 손에 그것이 들려져서 연주됐을 때는 아름다운 천상의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실화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만,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지루하지 않는 건 그만한 감동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일까, 혹자는 이르기를 나라의 운명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즉, 누가 대한민국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느냐에 따라 보잘 것 없는 나라가 되든지, 아니면 온 세계가 박수를 보내는 위대한 나라로 거듭나든지, 결국은 양자택일(兩者擇一)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년 대선만큼은, 대한민국이라는 악기를 훌륭하게 연주할 수 있는 명연주자가 나와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요즘 국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기만 하다.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국격을 쓰레기통에 마구 내던져 버리면서, 늘 자화자찬만 늘어놓는 어설픈 자(者)들 뿐이다. 

불과 몇 년 전의 공약(公約)과 서약(誓約)은 간데없고, 국민들의 분노만 자꾸 쌓여가는 듯하여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래서 진실된 정치는 언제나 영원하지만, 거짓된 정치는 언젠가 밝혀진다고 일갈(一喝)하는가 보다. 명심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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