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마을 고속도로가 망가뜨리려해”…사업절차 개선·보완해야

▲세종시 연동면 노송리 마을 입구에 걸려있는 고속도로 통과 반대 현수막.
▲세종시 연동면 노송리 마을 입구에 걸려있는 고속도로 통과 반대 현수막.

“주민도 모르는 사이에 고속도로가 마을을 지나간다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느냐”

세종-청주 고속도로 신설을 두고 연동면 노송리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계획 노선으로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노송리를 병풍처럼 둘러싸게 돼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의 소음과 매연 등 환경오염과 자연 경관 훼손으로 주거 환경이 악화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청주 고속도로 신설사업은 한국도로공사가 내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총 9,731억원을 투입해 세종시 연서면 기룡리(효교로 169)에서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척산리(남석로 135)까지 총 연장 19.2km(4차로)의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해당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충남 당진에서 경북 영덕까지 동서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동서4축이 완성되고 세종시의 외곽 순환고속도로가 완성된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충남 지역은 충북과 동해안으로, 충북지역은 충남과 서해안으로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다고 한다.
고속도로 출입시설로는 장군분기점(JCT), 북세종나들목(IC), 장내나들목, 청주분기점 등 4곳이다.

여러 장점에도 정작 고속도로 노선이 예정된 주민들은 고속도로 건설로 불어 닥칠 피해에 대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재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고(8월 13일)후 8월 19일부터 9월 25일까자 초안공람기간으로
연서면, 연동면, 남이면, 강내면 등지에서 주민설명회가 진행 중이다.

▲배기왕 이장이 세종-청주 고속도로 노선안의 부당성과 고속도로 건설로 인해 마을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배기왕 이장이 세종-청주 고속도로 노선안의 부당성과 고속도로 건설로 인해 마을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마을 지나간다는 것 알지 못했다…대안 노선 1·2 주민 우롱하는 처사”

노송리 150여가구의 반발은 노송리를 통과하는 노선 선정 자체와 수개월간의 진행과정에서 사실상 주민들은 제외됐다는 불만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23일 마을에서 만난 배기왕 노송리 이장(연동면 이장단협의회장)은 모든 진행과정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져야 함에도 말만 공개지 형식적, 행정편의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법 제11조 등에 따르면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을 공개하고 주민의견을 반영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 사업도 현재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에 앞서 7월 20일 국토교통부 공고(제2020-985호)를 통해 세종-청주 고속도로 신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 공개와 의견을 제출할 것을 알렸다.

이날부터 8월 3일까지 환경영향평가정보시스템을 통해 결정 내용을 공개하고 동시에 같은 기간동안 주민의견을 수렴해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반영해야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절차 따라 현실 따로 진행된다는 지적이다. 

온라인으로 내용 공개 및 의견 수렴절차가 진행되다보니 정작 노인들이 대다수인 농촌 지역에선 이를 알기 어려워 정보 획득 및 정당한 의사표현 기회를 상실하기 쉽다.

실제로 노송리 주민들은 공개 사실을 뒤늦게 알았는데 그때는 이미 공람 기간과 의견 제출기간은 모두 종료된 상태였다. 이후 부랴부랴 배 이장을 중심으로 국토부등 탄원서를 제출하고 직접 만나기도 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주민들이 분개한 것은 도로공사가 제시한 대안1(계획노선)과 이에 따른 대안2(사업계획 적정선 노선)도 여전히 노송리 마을을 통과하는 사실상 동일노선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입지대안 검토결과에 따르면 대안2는 사회적 측면에서 노송마을 주거지 남측을 근접 통과하고 대안1은 노송마을 주거지 남측 선형 이격한다고 돼 있다.

근접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여러 피해가 불가피한 비슷한 내용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주민들을 또 한번 우롱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배기왕 이장은 “대안1(계획노선)과 대동소이한 노선을 대안2로 제시한 것으로 주민을 놀리는 거다. 마을을 직접 관통만 안했지 이제 몇십미터 떨어져 마을을 포위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회 위원 선정 및 심의 결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협의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10명 내외의 위원으로 구성됐는데 국토교통부 소속 과장을 위원장으로 심의위원엔 국토교통부, 환경부, 세종시청, 청주시청 공무원과 주민대표,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 5월 18일부터 7월 14일까지 서면제출 방식으로 심의를 진행했는데 이 심의과정에서도 주민 목소리는 반영되지 못했다고 한다.

배 이장은 “시에 물어보니 협의회 위원으로 딱 지정돼 연락이 왔다고 한다. 심의 진행에 앞서 시 담당자나 주민대표가 지역 주민과 협의하고 의견을 나눴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위원들이 지역 현실을 잘 모른 상황에서 진행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배 이장은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이 사업이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국책사업을 중단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알릴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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