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재찬

부귀영화가 따라오지 않아도, 정의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는 답변을 아버지께 듣고 싶었다.

최고의 현인이자 능숙한 변론가이지만 아버지는 내 논리에 말문이 막히고 만다. 그러나 활기차고 열정이 넘쳤던 그날, 희망, 나라의 미래는 바로 이런 자신의 아들에게서 나온다고 아버지는 믿었다.

‘물을 마시면 목마름이 해결된다’는 사실에 근거한 논리이다.

오로지 존재의 실상에 근거한 논리일 뿐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 여와 야, 이 지역과 저지 역, 이 종교와 저 종교, 남자와 여자 등 특정한 어디에만 적용되지 않는 보편적 진리의 길이다.

일본육사를 졸업한 다까키 마사오( 박정환) 일본군에 대한 항일투쟁이 끊이지 않는 화북지방의 열하보병 제 8군단에 배속된다.

이곳에 임관한지 1년 만에 중 위로 진급한다. 여기에서 그는 열정적으로 항일부대를 토벌했던 공로로 승진이 빨랐다. 그가 속했던 부대는 독립군 토벌에 110여회를 출정하게 되는데 과연 그는 양심의 가책이나 동포를 죽이는 행동 때문에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에 고민을 하였을까?

그러나 어림없는 소리다. 그는 ‘조센징 토벌’이라면 환장을 한 자였다. 

“조센징 토벌이다! 요오시(좋다)!”를 연발하며 출정을 즐긴 자이다.

그는 하루종일 같이 있어도 말 한마디 없는 음침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내일 조센징 토벌 나간다’는 명령만 떨어지면 그렇게 말이 없던 자가 갑자기 “요오시 (좋다)! 토벌이다!” 하고 벽력같이 고함을 치곤했다. 그래서 일본 생도들은 “저거 좀 돈 놈이 아닌가.”하고 쑥덕거렸다고 한다.
강렬한 의지와 충성심에 불타는 ‘조센징 독립군 토벌’에 대한 결연한 의지와 신념을 보여주는 행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일본은 만주와 서남부와 중국북부에 투입할 용맹한 부대를 선발하여 특수부 대(칠석부대)를 만든다. 여기에 조선인 부대인 간도특설대로 선발되는 영광을 얻는 데, 그 속에 다카키 마사오(박정환)가 소속되어 있었다.

그는 중국북지로 투입되어 항일세력과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 여기서 혁혁한 공을 세운다. 여러 특수부대 중 간도특설대가 가장 강력했다. 일본군, 만주군이 못해내는 작전을 간도특설대가 가서 거뜬히 해치우곤 했다.

이에 따라 조선인 공적평가에 인색한 간도특설에 대해서는 ‘상승의 조선인 부대’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박정환이 속한 특수부대인 간도특설대는 요원들이 얼마만큼이나 항일군의 토벌에 커다란 공을 세웠는가를 대변해주는 이야기다.

보통학교 교사에서 만주군 지원입대, 만주군관하교의 수석졸업과 금시계의 영광, 3등으로 졸업한 일본육사 생활, 만주에서 관동군으로 복무하며 항일세력 을 토벌하던 기회·출세주의자 박정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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