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재찬

“너는 무슨 즐거움이 있냐?”
“네?”
“소설 쓰기는 너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는가 말이야.”
“…”

나는 한참을 끙끙 댔다.

“음, 저는 정말 소설 쓸 때가 제일 재미있어요. 내일이 마감 날이고, 원고지 60장을 써야 하는데 아직 한 장도 못 썼다고 해보세요.”

“육체적으로는 정말 힘든데…”
“그때 쾌감이 제일 커요.”
“그래? 너는 학대받아야 기쁨을 느끼는 마조히스트인가 보다. 하! 하! 하!”
“그렇진 않아요.”

“그럼, 너의 독자에게는 어떤 즐거움을 주기를 바라냐.”
“특정 메시지나 즐거움을 주겠다는 목적은 없어요.”
“그럼?”

“단, 이 세 가지는 지키려고 해요.”
“말해봐.”

“하나는 아름답게 쓰자! 둘째 쉽게 쓰자!”
“마지막으로?”
“재미있게 쓰자!” 

“너는 소설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에 관한 칼럼도 활발하게 써 왔어.”

나는 소설을 쓰는 펜과 ‘정부는 지옥에나 가라’는 식으로 쓴소리하는 정치적 에세이를 쓸 때 사용하는 펜을 구분해서 둘 다 지니고 다닌다.

“저는 소설 쓰기가 도덕적 축복이에요.”
“그래.”
“저는 글을 쓰기 위해 매일 책상 앞에서 습관적으로 질문을 던지곤 해요.”
“무슨?”
“나는 무엇을 읽고 먹을 것인가, 무엇을 좋아하고 부끄러워할 것인가, 무엇을 두려워할 것인가, 내가 아닌 타자를 상상하면서 질문해요.”
“그건 미학적,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작가로서의 바탕 전부를 구성하는 당연한 과정이야.”
“그런 경험이 글쓰기의 중요한 덕목이자 대단한 은혜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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