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워낙 싸고 허름한 요리라 노동자들이 바글바글했제.”
“탕 맛이 좋았군.”

“맛도 좋고 양이 푸짐해서 인기가 있었제.”
“요새 닭 내장탕 하는 집을 보기 힘들어.”
“요즘은 술을 예전같이 많이 마시지 않지만, 내는 도대체 내 그때 뭘 그리 견디지 못했는지, 지금도 도통 알 수가 없고마.”

“아마 새파랗게 젊다는 사실 자체가 버거웠던 게 아닐까.”
“이노메 계집애야 젊음을 기렇게 쓸 거면 날줘, 하는 소리가 기때의 내를 향해 저절로 튀어나오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세월이제.”

“화려하거나 예쁜 인테리어나 아기자기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언제나 창신동 골목 100m 안쪽으로 세 군대의 꼭짓점을 그리며 마셨지.”

“30년된 순댓국집, 20년 된 치킨집, 술을 시키면 안주를 거쳐 내주는 막걸리집이었제.”
“순댓국집은 새벽 다섯 시, 치킨집은 오후 세시부터 문을 열었으므로 휴일에는 대낮부터 혼자 여유롭게 마시는 적이 많았어.”

“두꺼운 책 한 권 끼고, 책갈피 한 장에 막걸리 한 모급은 참 달았제.”
“물로 술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 모두 이렇게 달콤하진 않았어.”
“기래도 어라든지 더 담즙처럼 쓸쓸해질 수 있었던 것을 막아준 것이 바로 창신동골목이 아니었노.”

“돼지 간을 푹푹 썰어주며 옛날 풍경을 들려주던 팔순 넘은 할머니, 그 집 국물이 아니었으면 마음을 어떻게 데웠을까.”
“‘아주메, 간에다가 순대를 곁들여주면 안되겠는겨?’하고 물은적도 있제.”

간은 동물의 영양이 응축된 장기다.

“생물시간에 배운 대로, 먹은 음식물의 영양이 간에 쌓이지.”
“독성은 간에서 해독되고마.”
“그래서 간 때문이야, 라고 니가 외쳤던 거였어.”
“간은 갓 익히면 부드럽고, 식으면 딱딱하게 씹히는 맛이 좋제.”
“고춧가루 소금에 간을 찍어, 그 고소한 맛을 음미하노라면, 내가 육식동물이 맞다는 생각이 들고마.”

저작권자 © 세종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