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5조원 이상의 자금이 성인용 경품오락실로 유입되고 있다. 한국 국가예산의 1/5을 넘는 수준이다. 집계에서 누락된 업체가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40조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경마오락실에 이어 빠칭코, 카지노바 등의 다양한 형태의 오락장도 급속도 확산되고 있다. '개업후 한달이면 본전뽑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황이다 보니 사채자금과 성매매금지법으로 타격을 받은 윤락업소 자금이 속속 유입되고 있다.

돈 놓고 돈먹기..연간 35~40조 시장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 영등포 시장 주변, 서울역 거리를 지나다 보면 경품오락실을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볼 수 있다.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의 교보타워 앞 대로변에도 최근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경품오락실에서는 실물 상품이나 여러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한 상품권을 쓰도록 하고, 상품권은 현금으로 환전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업소 앞 환전소를 두고 있어 실제로는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보통 환전소에서는 상품권을 바꿔주는 대가로 10%를 떼어간다. 100만원어치 상품권을 주면 10만원을 제한 90만원이 게이머에게 떨어지니 이기기 힘든 구조다.

12일 한국컴퓨터게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품을 제공하는 성인용 경품오락실은 현재 전국 1만5000여곳이며, 여기서 올 한해동안 유통되는 상품권은 총 35조587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품오락실 대부분은 돈으로 구입한 상품권으로 게임을 하도록 되어있어 상품권 유통액을 보면 매출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정부에서 지정한 10곳의 상품권 발행업체를 중심으로 산정한 것으로 음성적으로 발행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최소 40조원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에는 소비가 활발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마오락실에 이어 카지노, 빠칭코 등 다양한 형태의 도박형 오락장들이 빠르게 개점되고 있어 도박장에 유입되는 자금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최근에는 오락실 광풍이 불며 상품권 품귀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실내경마, 카지도 등 사행성이 짙은 오락실에서는 이런 상품권 외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상품권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를 환전해주기 때문에 실제로는 현금으로 도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현행법상 불법으로, 정부나 한국컴퓨터게임산업 중앙회 등에서도 불법 상품권 발행 및 유통에 대한 단속 및 양성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인력부족 및 업체들의 교묘한 법망 빠져나가기로 실적이 미진한 상태다.

"개업후 한 달내에 본전 뽑는다" 이처럼 도박형 오락실의 광풍이 부는 이유로는 현금흐름이 빠른데다 중독성이 강하고 다른 업종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행성이 커 게임에 중독된 일부 사람들은 하루 수백만원의 돈을 들고와 게임을 하고 가기도 한다.

특히 최근 남부지방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카지노바 형태의 오락장 등은 개점하고 한 달만 영업해도 투자금을 회수하고 남는다는 소문이다.

카지노바는 주류 판매업으로 등록을 하고, 손님이 술을 시키면 업소 내부에서만 유통되는 칩을 나눠줘 기계식 카드게임 등을 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이 칩이 업소 부근의 환전소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도박장과 같은 방식이다.

실제 한 카지노바에 지분을 가진 A씨에 따르면 도박형 실내 오락실을 개점하는데 드는 돈은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2억원 전후다. 실내 인테리어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데다, 대당 200~600만원의 도박기계만 구입하면 된다. 기계는 보통 40~60대를 놓는데, 중고로 구입하거나 되팔아도 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아니다.

A씨는 "잘되는 대형 카지노 바의 경우 적게는 하루 2000~3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순수익이 나기도 한다"며 "사회 저명인사 등 VIP를 대상으로 한 업체는 하루 수익이 3억원까지 넘는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형업소의 경우 기계 가동율이 30%만 달해도 하루 200~300만원은 벌 수 있고, 때문에 성매매법으로 타격을 입은 윤락업 종사자들 및 사채업자들이 많이 올리고 있다"며 "여기서 번 돈들은 또다른 사업장 개점으로 재투자되고 있어 최근 게임장 신설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어 집중단속을 벌이기도 하지만, 영업정지를 당해도 타인명의로 전환해 재개업하면 문제가 없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사정이 이렇자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경품오락실 업체 경영주들은 "미꾸라지가 흐려논 물을 우리가 먹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법을 지키며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는 다수 업체에서는 근근이 수익을 내고 있지만 최근 늘어나는 도박형 오락실의 피해가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찰이 집중단속을 벌이면 좋게든 싫게든 영업에 지장을 받는다는 불만도 있다.

저작권자 © 세종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