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교장이 봉준이를 조용히 불렀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언제부터인지 교장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불문율이 있어요.”
“뭐꼬?”
“학교안의 시끄러운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면 절대로 안 된다는 거요.”
“뭐꼬?”
“선생님들과 싸우게 되면 교장은 백전백패한다는 것이 그거예요.”
“어떤 조직이건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티격태격 싸우고, 내분을 보인다면 결코 좋은 조직이라 할 수 없지예.”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이런저런 문제로 싸우게 되면, 그 시시비를 떠나 윗사람의 인간적 도량이나, 인품이 먼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게 일반적이에요.”
“백번 천번 맞는 말이지 예.”
“한 조직의 수장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참고 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거예요.”
“교장선생님, 그런 경우도 있고마예.”
“교육부나 교육청의 연구, 시범학교 지정 운영과 관련해 학년 초에 단위학교의 신청을 받는데, 그 신청조건이 무언지 알겠어요?”
“글쎄야…”
“소속 교원의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해요!”
“내는 몰랐고마예.”
“교단의 자율적 풍토를 조장하고, 현장 교육에, 개선에 이바지하여 연구학교의 순기능이 참으로 많아, 내도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어하지만 어려워요.”
“우야꼬?”
“몇 사람을 제외하고, 자신들의 업무 가중을 불러 올 것으로 판단한 여러 선생님들의 반대가 많기 때문에, 의욕이 단지 의욕으로 끝나버려요.”
“참으로 안타깝고마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