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시대와 공간을 불문해! 성리학의 영향으로 성 문화가 극히 억압적이었다고 알려진 조선 시대도 마찬가지야.

조선을 ‘존천리 멸인욕’을 내세우는 유학자와 열녀로 가득 찬 사회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실은 사랑과 육욕이 들끓는 나라가 조선이었어.

성춘향과 이몽룡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서 우리는 그 시절 남녀의 사랑, 열정적이고 관능적이며 때로 욕정적인 에로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어. 신라 승려 조신과 벼슬하던 김현의 사랑과 비극적 결말, 죽음까지 초월해 사랑을 찾은 최치원과 이생의 이야기가 쌍을 이루고 17세기 초반 작품인 ‘운영전’과 ‘주생전’에서는 그 시대의 삼각관계가 어떻게 펼쳐졌는지 엿볼 수 있어.

사랑을 다룬 대표적인 고전문학 작품인 ‘춘향전’과 ‘구운몽’도 그래. 두 작품은 비극적 결말이 대세를 이루던 기존 작품과 달리 해피엔딩을 선보였어. 춘향전은 현실적 차원에서 사회제약을 뛰어넘는 사랑을, ‘구운몽’은 이상적이고 환상적인 로맨스를 그려냈어.

나는 열정적인 사랑을 에로스의 출발점으로, 관능적이고 욕정적인 사랑은 거기에서 가지를 친 것으로 분류했어. 고전소설의 흐름을 보면 에로스의 변화상을 포착할 수 있어. 잘 먹고 자랐지만 너무 열심히 노래하며 자신을 불살랐기에, 못 먹고 자란 수컷보다 더 일찍 죽었다는 수컷 귀뚜라미들처럼, 나는 구애와 번식이라는 원초적 목적을 위해 죽음의 위험까지 감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

근대국가가 법을 동원해 성적 욕망을 직접 통제하고 억압했다면, 20세기 중반 이후부터는 주위의 시선, 섹스에 대한 담론을 통해 성을 통제했어. 나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넘어 욕망과 쾌락 자체로서 성을 인정해야 하며, 진짜욕망과 자본이 만들어낸 가짜욕망 사이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해.

신이 만물에게 내려준 최고의 선물! 성교(性交)! 지상에서나 천상에서나 선의와 호감을 곁들인 감정의 완전한 일치! 선의와 호감으로 상호 감정의 완벽한 일치를 맛볼 수 있는 관계가 아닌가!

기쁨과 슬픔과 노여움을 더불어 나눌 수 있는 공동체! 그것은 하나가 되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어. 그래서 뱀은 교미(交尾)를 통한 대화를 하고, 세상을 보고, 틈틈이 시간을 죽이고, 완전한 ‘지저귐’을 만들어 내.

생명체를 가진 만물은 그게 뭐가 됐든 기기를 소유해야 해. 기기가 없으면 접속 가능한 세계는 존재치 못해. 짬이 날 때면 언제고, 어디서나 성교(性交)를 하고 싶어 해. 인간은 섹스에 몰입하고 빠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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