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은 인간의 존재에 잠들어 있는 신이며, 다가오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달라야해. 양심이 이성을 능가해야 해. 그렇게 하지 못하면 우리는 어느새 길을 잃고 말거야.

여자의 말대로 나는 더욱더 실패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더 잘 실패하는 것을

보여 주어야한다. 바람은 바람이 부는 대로 가는 것이다. 왜 굳이 싸울 때 거추장스럽게 남성 생식기 중 고환을 외부에 돌출시켰으며, 음경은 왜 다른 유인원에 비해 월등히 큰지 자문한다. 남성의 음모는 생식기를 눈에 더 잘 띄게 하도록 디자인했다.

 이는 음모가 생식기를 가리는 역할을 하는 오랑우탕이나 고릴라와는 다르다. 피부를 가리고 보호하는 기존의 역할을 반대로 뒤집은 이런 발상은, 혹시 진화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은 불우한 털의 회심의 자구책은 아닐까. 너무나 어렵고 힘든 승리다. 이 상황 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나는 무슨 깨달음을 얻은 걸까?

나의 허벅지에서 생을 보존한 내가 그녀에게는 연꽃이었나 . 나는 최고의 권력자, 그녀는 나에게는 낯설기만 한 ‘모성’을 일깨워준 독특한 여자였으니까. 여자는 그런 운명의 박해 속에서 고통을 겪으며 거기서 그 고통의 에너지를 축복으로 바꿔내는 존재입니다.

아마도 다혜와 나의 결투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대지를 떠나야 하는 운명! 대지에서의 지배권을 넘겨야하는 운명. 에너지 많은 권력자가 대지에서 지배권을 상실하고, 바다로 쫓겨가야하는 엄청난 운명을 쉬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성질을 못 이겨 성질 더러워진 파괴적인 그 신은 건드리면 안 되는 폭탄이 되었겠지. 다혜, 그 이름 속에 ‘대지를 흔드는 자’란 뜻이 들어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야.
정상은 늘 저만치 있었다. 정상에 오를 즘, 다혜가 떠올랐다. 다혜가 갑자기 여자로, ‘금남의 무대’이던 정상의 세계에 그녀가 요정같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러나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고 운명은 나에게 흡족한 기회를 주지 않았다.

섹스는 힘들다. 서툴게 몰아보는 몸이 말을 잘 들을 리 없고, 마치 군대처럼 불침번까지 서는 훈련원 생활같이 낯설었다. 한 번도 하지 못한 다혜와의 꿈이었다. 못 견딜 꿈, 그리고 그 꿈은 마음껏 이루지 못한 꿈이었다. 노숙자의 시선. 여자는 무언가 아쉬운 듯 조롱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고된 노동에 지친 환경미화원의 거친 손, 집단 폭력에 직면한 친구의 도움을 바라는 눈빛을 내어야 한다. 그러한 나의 처참한 빈 구멍을 적나라하게 묵도하게 한다. 진작에 불이나 끌 걸 하는 후회. 이미 지나간 일이 되어 버렸다.

여자는 스치듯 미소를 띠운다. 갑자기 쭈그러진 젖을 내 얼굴에 된다. 그녀는 마치 아기에게 젖을 주듯 다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작권자 © 세종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