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목이 더 좋으셔요?

쇼파에 누워 책장을 올려 보다 우연히 발견한 책 한권이 있다. 제목은 생각이 나는데 책 내용이 생각나질 않는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생각이 안 난다.

그래서 19년 만에 책을 빼들고 읽기 시작했다. 책의 앞장을 열어 보니, 못난이 글씨로 ‘1996년 7월 28일 외출 귀서 中’ 이라고 책에 쓰여 있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 1996년 7월의 어느 날, 나도 21살 시절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에 41살이 된 지금 괜히 쓸쓸해진다.

지금이야 ‘무라카미 하루키’는 유명 작가지만 19년 전 하루키는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았다.

‘상실의 시대’가 벼락 같이 250만부나 팔리면서 하루키는 일약 스타 작가가 된다. 벼락 같이 라고 썼지만 책을 읽어 보면 왜 250만부씩이나 팔린 지 이해가 된다.

국내도 ‘문학과 지성사’에서 당시 2판 25쇄로 인쇄 될 만큼 선풍적 인기가 있었으며, 어스름한 기억으론 96년 당시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였다.

분명 사랑 이야기다. 41살씩이나 된 아저씨가 청춘들의 사랑과 아픔 그리고 방황을 주제로 한 소설을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의심을 품으며 첫 장을 읽어 내려가는데 첫장부터 입에 척하고 감기며 달콤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느낀다.

마치 21살 인양 41살의 유부남 아저씨가 남들 연애 하는 것에 화내고, 웃고, 슬퍼하고, 허탈해 하면서 읽었다.

21살의 느낌도 살아나며, 당시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몽실 몽실 기억이 복원된다. 당시 만났던 사람들, 당시 했던 생각들, 당시 사랑했던 사람 등등 읽는 동안 행복했고, 21살 때로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21살의 사랑이야기를 41살의 아저씨가 읽어도 사랑은 사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위안을 찾는다.

좋은 책이다. 얼마 전 ‘민음사’에서 원 제목인 ‘노르웨이 숲’으로 재출판 됐다. 개인적으로 ‘상실의 시대’ 보다는 ‘노르웨이 숲이란 제목이 더 끌린다.

작가가 정한 제목을 출판사에서 왜 바꾸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여간 어떤 책을 골라 읽던 좋은 책이니 읽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상실의 시대’는 책속에 많은 ‘음악’과 ‘책’들이 등장한다. 이런 점은 작가 하루끼의 감성의 수준을 알게 한다. 여기 나온 음악 전부 다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과 책 속에 나오는 책들을 모조리 다 읽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분명 음악의 느낌이 글의 문장 속 에 리듬을 가지고 움직인다.

‘상실의 시대’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책속의 주인공 와타나베는 첫장엔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나’로 등장한다. 그는 어릴 시절의 자살한 친구 ‘기즈키’와 그 여자친구 ‘나오코’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다. 그러나 ‘기즈키’의 갑작스런 자살은 남겨진 ‘와타나베’와 ‘나오코’에게 어린 시절 상처를 남기며 각자 성장한다.

어느 날 와타나베를 나오코가 찾아오는데 친구 자살에 대해 힘겹게 살아가던 둘은 서로의 아픈 부분을 보듬으며 의지 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나오코는 정신의 병 때문에 ‘숲속 치유센터’란 곳으로 떠나 버린다. 한동안 둘은 편지로 서로의 안부와 생활을 묻다 어느날 와타나베가 나오코의 병원을 찾는데, 거기서 나오코의 룸 메이트 레이코 여사를 만난다. 그 곳에서 여러 날 생활 하다 다시 도시로 돌아오지만, 와타나베는 나오코의 이상한 행동에 불안 해 한다.

그러던 중 와타나베는 ‘미도리’라는 대학 여자 후배를 알게 되는데 그는 개방적이며,  외모 또한 출중한 인물이며 와타나베를 좋아 한다. ‘미도리’는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아버지를 소개시키기 까지 하며 호감을 보이지만 와타나베는 ‘미도리’와 ‘나오코’ 사이에서 갈팡질팡 한다. 일명 우유부단 나쁜 남자 스타일이다. ‘와타나베’ ‘나오코’ ‘미도리’ 세명은 20대 질풍노도의 시기 속에서 고민하고, 즐거워하며, 노래 부르고, 울고, 웃으며 살아 간다.

더 이상 줄거리를 말하면 책이 재미없으니 줄거리는 여기 까지만 하기로 한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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