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상인연합회·복숭아연합회 ‘장소’ 대립… 추진위원장 선정부터 ‘신경전’

복숭아 축제 장소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복숭아 축제 장소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바보야, 문제는 가격이야’… 근본적 해결없이 미봉책으로 마무리 비판

제13회 세종조치원복숭아축제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고려대에서 개최된다.

세종조치원복숭아축제추진위원회(위원장 이창현)는 지난 22일 세종시청 대강당에서 제3회 세종조치원복숭아축제 장소로 투표를 통해 고려대학교로 최종 결정했다.

상당한 논란을 불러온 축제 장소 변경은 지난 해 고려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조치원전통시장 인근에서 개최돼 비교적 성공적평가였던 축제가 ‘복숭아 가격 거품’ 논란에 휩싸인 것에 기인한다.

축제장에서 판매하는 복숭아와 전통시장의 복숭아 사이에 상당한 가격차로 축제장 복숭아의 고가 판매 논란을 불러온 것으로 지금까지 축제현장에서 매년 비싼 복숭아 가격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지만 이번에는 인근 시장에서 직접 가격 비교가 가능해짐에 따라 비싼 가격에 대한 비난은 증폭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결과는 축제장의 복숭아 판매 저조와 상대적으로 시장에서의 복숭아 판매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복숭아 연합회를 중심으로 전통시장에서 벗어나 제3의 장소에서의 축제 개최를 요구해온 반면 시장상인회측은 축제가 성공적이었던 만큼 현 장소에서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팽팽하게 대립해 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회의는 첫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먼저 시측이 투표로 축제 장소를 결정하기 위해 위원들에게 나눠준 투표지에는 제1안 조치원권역(고려대/체육공원)과 제2안 ‘호수공원’ 중 선택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일부 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에 투표 장소를 미리 정한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계속된 문제 제기에 이춘희 시장은 “투표지의 장소는 무시하고 처음부터 논의하자”고 밝혔다.

또한 지금까지 추진위원장으로 NH농협 세종 영업본부장이 맡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민간 중심으로 운영하는 취지에서 새롭게 위원장을 선출하려고 했으나 이 역시 장소 선정에 대한 위원들의 ‘중립성’을 이유로 이창현 세종 영업본부장이 계속 맡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와 관련 이춘희 시장은 “현재 축제 장소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확정된 것처럼 알려졌다. 농업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호수공원 개최 의견을 제시했지만 장소 선정은 농민·소비자 등 전체 시민들의 입장이 반영돼야 하는데 나로서도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행복도시 위상에 걸맞게 대국적인 관점에서 잘 판단했으면 한다”며 “각 단체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서로 다른 의견을 모아 정리하는 위원회가 되길 바란다. 이제 결정을 늦출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이창현 추진위원장 주재로 논의가 진행됐다.
먼저 조치원과 호수공원 중 어디로 할 것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조치원 지역으로 한다는 데 손쉽게 의견을 모았다.

 당초 호수공원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던 복숭아연합회 김학용 회장은 “우리가 꼭 호수공원으로 가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두 단체(시장상인회, 복숭아연합회)를 섞어 하는 것이 문제”라며 “독립적인 축제로 외지 사람들을 불러들여야 한다. 고려대에서 하던 방식으로 하면 할 수 있다”고 밝혀 전통시장과의 분리를 주장했다.

유일근 위원은 “지난 번 축제에서는 차량 진입 통제로 문제가 있었다. 고려대 주변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통시장상인회 김석훈 회장은 “지금까지 복숭아 축제 중에서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적은 없었다. 주차문제,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축제가 잘 됐는데 왜 이곳을 떠나려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며 “비가 내려도 흙탕물 걱정 없이 잘 치렀다. 왜 전통시장을 벗어나려고 하는 지 이유를 말해 달라”고 강조했다.

반이작 위원도 “축제현장의 복숭아 가격이 일반 상인들이 판매가와 거의 비슷하면 문제가 없지만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면 생산자 입장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들간 토론 끝에 투표결과 고려대 9표, 조치원체육공원 6표, 전통시장 5표 결정돼 불과 1년 만에 고려대 복귀를 알렸다.

이날 제3회 세종조치원복숭아 축제가 장소가 표면상으로 토의와 민주적 절차를 통해 마무리됐지만 지난 해 야기됐던 문제에 대한 해결없이 장소만 옮겨 문제의 소지를 줄였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일단 복숭아연합회는 축제장을 고려대로 옮겨 시장과의 가격차에 대한 부담을 상당부분 떨쳐낼 수 있게 된 것.

 또한 세종시의 일관성 없는 행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 지난 해 축제 장소의 변경은 세종시로서도 많은 부담을 안고 시행한 것으로 처음에는 시장 내부를 검토했다가 시장 바깥 도로를 활용해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에도 명확한 해명없이 이해 단체들의 반발에 한 발 물러나 위원들의 결정에 따르는 모양새다.

이것은 지난 해 축제 관련 전반적인 결정·평가를 시 스스로 깎아 내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석훈 회장은 “이제 축제현장에서도 조치원복숭아라면 작목반 물건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팔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품질 관련에서도 그는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했다고 축제 현장보다 품질이 떨어진다고 하는 데 꼭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지난 해 축제장에서 팔다 남은 복숭아(200상자, 600만원 상당)를 농민 지원차원에서 상인회가 구입했는데 복숭아에 문제가 많아 상인들로부터 항의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사위는 던져졌고 복숭아 가격 논란도 이미 공론화 됐다.
이번 회의에서의 결정이 축제 논란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대부분 시민들은 ‘바보야, 문제는 가격이야’라는 말에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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