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큰 비극을 낳는 전쟁이, 이 땅에서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지 않았겠노.”

6.25전쟁은 아버지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쳐주었는지 너무나 잘 보여준다. 돌아오지 않는 부모와 처, 자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버지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언젠가는 전쟁터에서 돌아올, 기다리던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웬일인지 기차만 보면 좋아하셨어. ‘우리 아버지도 어머님도 내 식구들도 함께 저런 차를 타고 척 돌아올 거다. 아버지, 어머니 빨리 돌아오시면 좋겠어요’라고 하셨지…”
“우얄꼬.”
“지금도 사라져가는 기차 꽁무니를 바라보면, 나는 잠시 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뻐근해.”
“…”
“가끔 집에 내려가면 그런 아버지가 낯설게 느껴지곤 했어.”
“기래도 아버지의 아픔과 고통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고마.”
“이산가족 신청서에서 조차 연락이 닿지 않는 아버지의 좌절은 더욱 크셨지.”
“아픔을 느끼는 건 니도 마찬가지 아이가?”
“내 꿈이자 희망이었던 존재인, 아버지의 죽음은 내 가족의 콤플렉스가 되었기 때문이었어.”

이렇게 전쟁은 한 가족과 개인의 삶을 왜곡하고, 끝내 비극으로 치닫게 했다.  실제로 아버지는 6.25전쟁 당시, 다시 돌아가리라 생각했던 다짐이 물거품이 되었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쓴 집필 곳곳에는 전쟁의 아픔과 상처가 스며 있다.  역사의 아픔을 극복하려는 삶의 모습을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눈을 감더라도 가족을 만난 뒤 감겠다’던 아버지가, 오랜 시간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하며 살아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 우리 주위에는 이런 이산가족이 많이 있지만, 대부분은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고 해.”
“전쟁이 멈춘 지 어언 6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기들 가슴속에는 한이 멍울져 있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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