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 애타는 마음에 결코 서둘지 말라고 한다.

밤거리. 전조등을 밝힌 차들이 거리를 노랗게 비추며 지난다. 현대 도시인을 되돌아보게 한다. 지나치는 인물이 서울의 직장인이든, 무용수든, 하루 일거리를 찾아 서울거리를 서성이던 사람이든 마찬가지다. 무심한 표정에 딱딱한 태도, 뭔가 쫓기는 듯한 그들.

지금 삶을 꾸리고 있는 도시인 자신 주변의 사람들은 누구이며, 이 도시는 무엇인가? 동물로서의 원초적 속성마저 구속당한 짜인 시간 속에서 자유를 박탈당했다. 빠른 속도에 맞춰 살다보니 헉헉댈 수밖에 없다. 개가 짖고, 종이 울리고, 기적 소리가 슬퍼도 헉헉 대지 말자.

“이제 곧 봄이야. 혹시 무얼 할지, 어디에 갈지 계획을 세우고 있노?”
“땅도, 나무도, 하늘도, 새하얀 겨울의 자작나무 숲. 그 이국적 풍경을 보고 싶어.”
“시베리아, 시베리아벌판이라도 가야 있잔노?”
“아냐, 북유럽 설원을 달리지 않고서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어.”

“기런 곳이 어디 있노?”
 “강원도 원대산림지에 가면 볼 수 있어.”
 “아직 내린 눈이 얼어붙어 미끄럽지 않노.”
 “쉬엄쉬엄 한 시간 정도 걸려 목적지에 도달하면, 표지판이 세워진 언덕 아래로 자작나무들이 가득해.”
 “…”

 “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언덕 위에서 매섭게 불어대던 바람도 잦아들지.”
 “자작나무가 이국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뭔지 아노?”
 “글세…”

 “자작나무가 북방 아한대 지방에서 자생하는 수종이기 때문이제.”
 “그렇게 수종까지 알고, 넌 역시 생물학의 만물박사야. 하! 하!”
 “에고 이놈아! 내가 시상 모르는 게 뭔들 있겠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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