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 식당, 술집도 자의 반 타의 반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역사를 쌓게 되었다.

게다가 이 동네 손님들은 예전 ‘제대로 된 음식 들어본’, 맛을 아는 지긋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허름해도 음식은 오랜 내공에서 우러나는 깊은 맛을 내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식당들이다.

우리는 밤을 잊어버렸다. 길거리라고 해서 별로 다르지 않다. 다닥다닥 붙은 광고판과 진열장엔 형형색색의 네온 불빛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대낮보다 더 밝은 조명이 눈을 찌른다.

도대체 도시의 밤은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잠깐 동안의 반짝거림에 넋이 나간 부나비처럼 허둥대며 살고 있지 않은가. 봉준이의 숨결을 느껴온 까닭이다. 살결보다 숨결이 강렬하다. 그래서 오래가는 우정인가.

 “넌 얼굴이 잘 생겼으니까 좋은 인상 밑천 삼아 좋은 인생을 연출해봐.”

희망을 주면 보복 대신 답변이 돌아온다.

 “뭐꼬?”
 “노래나 할까?”

내가 제안했다.

 “니는 무슨 노래 좋아하노?”
 “난, 칠갑산 좋아해.”
 “내 기건 절대로 부를 수 엄는기라.”
 “칠갑산을 몰라?”

 “내 잘 알지만 부를 수 엄는기라.”
 “콩밭에서 목이 멘다카지 안노.”
 “…”
 “콩밭 매는 아낙이 베적삼이 젖도록 울고 있는 데다, 포기마다 눈물을 심으며 밭을 매고 있다카고…”
 “…”
 “새만 우는 산마루에 홀어머니를 두고 시집와 버렸다 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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