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영일 소장

세종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영일 소장
세종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영일 소장
아침 눈 뜨자 TV를 켰더니 오늘도 어김없이 각종 강력범죄가 뉴스 탑기사를 장식한다. 사무실에 출근해 신문을 펼쳤더니 마찬가지다.

온갖 대형범죄와 천륜과 인륜을 저버린 사건과 소소한 생활범죄까지 도배가 되어 있다. 세상이 어디까지 갈려나? 이러다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 같이 세상의 멸망, 말세가 곧 오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들 정도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동방예의지국이라던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하는 자조의 말이 한숨과 함께 저절로 나왔다. 투철한 사회적 사명감을 가진 것도 아니요, 감히 애국자라고 말할 자격도 없는 지극히 보통사람인 내가 나라와 세상걱정을 하고 있다니….

그러던 중 읽던 신문의 2면에 올 연말 연시 이웃돕기 캠페인의 상징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사랑의 온도계가 전국적으로 137도라는 반가운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여기에는 삼성의 힘(?)이 컷다고 한다. 삼성그룹과 임직원이 역대 최대 금액의 성금을 쾌척했다고 나와 있다.

불현듯 몇 년전 추운 겨울 어느 날의 일이 기억났다. 광화문에 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관으로 얼굴이 아직 앳된 건장한 청년이 찾아왔다. 매우 쑥스러워하며 봉투를 내미는데 기억으로는 1백여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어떻게 가져온 돈이냐고 물었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하는 말이 수능시험을 본 후 입학원서를 내놓고 나서 대학입학 전에 뭔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 보람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로 막노동을 하여 벌은 돈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시험이 끝나고 한창 자유를 만끽하며 놀고 싶고 부모로부터 받은 용돈도 모자라 아쉬워할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며 가슴이 먹먹해지고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내 모습을 발견했었다.

바로 그 다음날 군복을 입은 군인(상병정도의 일반병이었던 것 같다)이 휴가를 끝내고 귀대길에 잠시 들렀다며 학생과 비슷한 금액의 기부금을 내 놓고 갔다. 월급이랄 수도 없는 작은 금액이지만 매월 아껴모아 부모님께 드렸더니 절대 받지 않겠다고 한사코 거절하셔서 그 돈을 부모님의 이름으로 내겠다는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종사하면서 여러해 이웃돕기 성금 모금캠페인을 치루고 보아왔다. 삼성, 현대, LG, SK와 같은 대기업의 큰 돈도 있지만 가진 부를 사회에 환원하고자 거액을 기부하는 분, 어려운 환경속에서 자수성가한 분, 본인도 어려움에 처해있으면서도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시는 분 등 참으로 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넘쳐난다. 이번 사랑의 온도계는 ‘작지만 별처럼 빛나는 따뜻한 사람들’의 큰 힘에 삼성의 힘이 보태어 넘친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작년 2013년에 '나눔, 행복한 동행'이란 제목으로 이렇게 이웃사랑을 실천한 분들의 사례를 추려서 우리나라의 동량인 청소년들의 나눔문화를 위한 책자를 발간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유명한 사회학자가 “자본주의가 심화되고 치열한 적자생존의 경쟁사회인 미국을 지탱하는 힘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원봉사요, 하나는 기부다”라고 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분들과 세계공동모금회(UWW:Unite Way Worldwide)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미국은 자원봉사와 기부가 생활화되어 있다고 한다. 사회적인 문제나 자연재해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민간인들의 자율적인 봉사와 참여활동이 활발하며 평소에도 이런저런 각종 행사들이 있을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기부행사라는 것이다.

한 예를 들자면 크리스마스때나 연말 쯤이면 회사에서 '기부파티'를 한다고 한다. 직원들이 스스로 모금행사를 주최하고, 이에 경영자들도 함께 동참하며 축제 분위기의 '기부파티'를 여는데 모두가 즐겁게 행사에 참여한다.

우리나라에도 사랑의열매가 나눔캠페인의 하나로 추진하는 ‘캠퍼스 나눔도전’이라는 대학교 나눔행사가 있는데 몇 년째 진행되고 전국적으로 각 대학의 참여가 확산되고 있다.

먹고 마시고 노는 대학축제문화에서 이웃을 생각하는 나눔을 주제로 축제기간에 모금행사를 하는 것인데 모은 기부금을 본인들이 합의해 우리 사랑의열매와 함께 지역의 복지기관이나 복지문제해결에 지원한다. 참여한 대학과 학생들은 너무나 즐거워하고 보람차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올 겨울 세종특별자치시에서는 처음으로  사랑의온도탑을 조치원역앞에 세우고 독자적인 이웃돕기성금모금을 하였다. 온도가 200도를 넘었다. 아직 속 내용을 다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가슴 따뜻한 사연들이 많을 것이다.

각박한 세상이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아직 희망이 있고 그래도 살만하다.  우리 세종시민은 다른 지역보다 두배는 더 살만한 곳에서 살고 있다.

‘별처럼 빛나는 따뜻한 사람들’이 우리 세종시에는 두배가 넘게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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