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을 붙여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전쟁질이었제.”
“그런데 말이야, 그런 질 중에 또 여럿이 있다 안노?”
“무시긴데, 그런노?”
“하하, 도둑질, 난봉질, 서방질, 염장질 할 때가 있지.”
내 안의 틀을 깨니 새롭게 봐주었다.
“하! 하! 하!”

빨치산의 처지는 현실 구조에서 살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어쩌면 현실과 전쟁에서 모두 쫓겨 간 사람들이다.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갈 곳이 어디겠는가. 그러나 남북 모두에게 버림받은 거나 마찬가지였던 사람들. 그들의 이름은 인민유격대, 즉 빨치산이었다.

휴전협정 때 지리산에 있는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부분에 대해선 남북 모두 말조차 꺼내지 않았다. 남쪽 시각으로 보면 ‘빨갱이’들이라 받고 싶지 않아서 그랬고, 북쪽 시각으로 보면 자본주의에 물든 사람들이고, 전쟁에서도 그다지 혁혁한 공을 세운 게 없어 모르쇠 한 것이리라. 결국 이들은 지리산에서 죽어야하는 운명에 빠지고 만다.

“오래전 어느 시인이 읊은 시가 생각나네.”
“…”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라고.”
“사람들이 기단린게 뭐꼬?”
태생은 ‘시베리아 야생호랑이’와 같이 상처 속에서 살아남은 강한 남자인데 때론 멍청하리만큼 순수하다.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뭐꼬?”
“‘평등세상’도 답 가운데 하나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기게 너만의 생각이 아닐꺼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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