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학교 유아교육과 이일주 교수

어린이집 문제, 사건의 고발과 감독 강화로만 해결 될 수 없다

     공주대학교 유아교육과 이일주 교수
     공주대학교 유아교육과 이일주 교수
최근 어린이집 교사가 어린이들을 폭행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전남 목포 소재 어린이집에서 20개월이 갓 넘은 아이를 손바닥과 주먹으로 뺨을 때린 사건, 대구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만 3세 남자아이의 머리와 엉덩이를 손으로 때린 사건, 부산 소재 국·공립어린이집에서 17개월 된 여자아이를 보육교사 2명이 등에 피멍이 들도록 때린 사건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번에는 정부세종청사 직장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만1세 유아의 얼굴에 공을 던지는가 하면, 아이를 맨 바닥에 굴리고, 드러누워 있는 아이의 매트를 뺏고, 티슈(화장지)곽으로 머리를 치는 등 폭행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기사가 연일 보도되면서 학부모를 비롯한 시민들은 어린이집의 문제와 보육교사의 자질 등 보육 전반에 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믿고 맡길만한 어린이집이 없다’, ‘보육교사를 신뢰하기 어렵다’, '보육교사 직업이 아무리 힘들고, 처우가 엉망이라도 학대하라고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다' 등의 불만을 털어 놓는다.

그러면서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자질 없는 보육교사를 가려내야 한다' 는 등의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사들은 ‘제 아무리 힘들어도 어린이를 폭행하거나 학대할 수는 없다’, ‘몇 명의 잘 못된 교사들이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든 보육교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자책하면서도 ‘1일 근무시간이 너무 길고, 휴가도 없는 등 보육교사의 근무여건이 너무 나쁘다’, ‘보육교사의 하는 일에 비해 처우가 너무 나쁘다’, ‘보육교사에게 맡겨지는 아이 숫자가 많다’는 등의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오늘날 어린이집의 실정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그대로 둔다면 국가가 1년에 6조원이 넘는 엄청난 재원을 들여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보육정책의 효과는 크게 떨어지게 될 것이다.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에 의한 어린이 폭행과 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린이집과 해당 교사를 성토하고 문제를 야기한 교사를 가려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왜 이런 문제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가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어린이 폭행과 학대 사건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어린이 보육과 교육기관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있는데, 1년에 180일 이상 원하는 어린이만 1일 8시간 이상 종일 교육하는 유치원과는 달리 연중무휴로 모든 어린이를 하루 종일 보육하는 어린이집에서 어린이 폭행과 학대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둘째, 어린이 폭행과 학대사건은 어린이집의 종류와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어린이집 보육서비스에 대한 부모 만족도가 직장어린이집, 부모협동어린이집, 법인·단체어린이집, 국·공립어린이집 순으로 나타났는데, 최근에 정부세종청사 직장어린이집 사건이 발생하면서 보육교사에 의한 어린이 폭행사건은 어떤 어린이집이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개연성이 높아졌다.

셋째, 보육교사로부터 폭행을 당한 어린이들의 연령이 만 1세 이상 3세 이하인 점을 통해 볼 때 어린이집의 폭행과 학대사건은 발달 특성상 정서·사회성과 의사표현력 및 교사 지시에 따르는 능력이 만 3?5세 유아보다 비교적 덜 발달한 영아기에 많이 일어난다.

이러한 특징을 고려해 볼 때 어린이집의 보육교사에 의한 어린이 폭행과 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첫째, 어린이집에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책은 미봉책이며, 오히려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최근에 어린이 폭행이 일어난 어린이집에는 모두 CCTV가 설치돼 있었다는 점으로 볼 때 감시 장치 설치로는 어린이 폭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보육교사들로부터 인권침해 등의 불만이 커질 수 있고, 가식적인 지도행태가 만연될 수 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책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어린이집의 회계 관리 감독, 정보공시제, 어린이집운영위원회 등 어린이집 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 및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현행 제도가 유치원보다도 앞서 마련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어린이 폭행 사건은 어린이집에서 일어났다.

물론 어린이집에서 사회적 물의가 많은 원인은 전국에 8천 5백여 개가 있는 유치원보다 4만 2천여 개나 되는 어린이집의 숫자가 많기 때문이라는 점도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숫자가 많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과 관리 감독의 방법이 문제일 수 있다는 점도 착안해야 한다.

둘째, 보육교사의 근무여건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물론 부모가 믿고 자녀를 맡기는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어린이를 폭행함으로써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 교사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그런 문제 소지가 있는 보육교사가 어린이집에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보육교사에게 여러 명의 어린이를 맡겨 놓고 1년 내내 제대로 휴가를 얻어 쉬지도 못하면서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 보육해 달라고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사들의 근무실태를 보면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에 전체의 55%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근무하면서도 보육교사가 받는 월 평균 급여는 국·공립이 164만원이고, 민간어린이집이 144만원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학력과 자격, 경력을 기준으로 보수를 책정하는 유치원교사와는 달리 원장과 교사로 나눠 학력과 자격이 어떻든지 무조건 1호봉부터 적용하는 한편 제대로 된 수당을 받을 수 없도록 돼있는 현행 보육교원 보수 수준을 유치원 교원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

그런 한편 ‘교원’이면서도 어린이집이 교육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교원으로서의 신분을 유지하기는커녕 교원으로서의 권리 주장도 할 수가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어린이집의 원장과 교사의 신분, 임용과 휴가, 휴직 등 복무 전반에 관한 규정을 정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학교제도 속에 있는 유치원과 달리 사회복지사업 시설로 규정된 어린이집의 제도적 문제를 진단해 보아야 한다.

유치원은 중앙에서는 교육부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관장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유치원은 교육청이, 어린이집은 시·군·구청이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도록 돼 있다. 이와 같이 유아교육과 보육이 이원화체제로 되어 있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치원은 학교이니까 교육청에서 정기적으로 행정지도도 하고 교육전문가에 의해 장학지원도 받는 시스템이 대체로 잘 정비돼 있는데 반해 어린이집은 주로 회계 위주로 감독을 받고 있다.

어린이집의 경우에는 매년 한 차례씩 정기점검을 하도록 돼 있는데, 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어린이집의 숫자가 많기 때문에 사무적이고 기계적으로 감독이 이루어 질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을 맡아 관리 감독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늘 어린이집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보육행정 업무에 대해 파악이 될 만하면 또 다른 부서로 옮겨가기 일쑤다.

어린이집의 종류도 국·공립어린이집, 사회복지어린이집, 법인·단체 등 어린이집, 직장어린이집, 가정어린이집, 부모협동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으로 다양하게 구분돼 있고, 어린이집 종류 및 보육 대상에 따라 각 각 지원과 관리 기준이 달라 보육 업무가 매우 복잡하면서도 책임이 과중하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원해서 어린이집에 관한 업무를 맡으려고 하지 않는다.

보육과정 운영 등 전문적인 부분은 오히려 감독대상인 어린이집 원장이나 보육교사보다 지식이 부족해 지도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구조적으로 어린이집 관리감독이 안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넷째, 가장 중요한 대책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관장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하나의 행정기관으로 통합하고, 보육교사 자격과 양성제도를 유치원 교사수준으로 개선하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뉘어 맡고 있는 유아교육과 보육을 하나의 정부부처로 통합하려는 정책은 올바른 방향이며, 국회와 정부에서 추진하는 통합노력은 조속한 기간 안에 실효를 거둬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사의 자격기준을 최소한 유치원 교사 자격기준으로 상향해야 한다.

현재 보육교사 자격은 영유아보육법시행규칙 별표 4에 따라 전문대학 이상의 대학에서 12과목(35학점)만 이수하면 발급받을 수 있다. 교사가 되기 위해 받는 교직과목은 아예 한과목도 받지 않는다. 전공학과가 유아교육이나 보육 관련 학과가 아니라도 된다. 어느 대학이든 관련과목만 이수하면 된다.

그러니 양성할 수 있는 대학이나 전공학과에 제한도 없고, 양성기관에 대한 평가를 실시할 수도 없다. 보육실습 과목을 제외하고는 아예 성적도 따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고등학교 학력을 가지고 1년 과정을 거쳐 보육교사가 되는 자격(보육교사 3급)도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치원 교사는 유아교육과를 중심으로 교육부장관이 인가한 대학 및 교육대학원의 학과와 교직과정에서만 제한적으로 양성되고 있다. 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사범대학에서도 평균 성적이 75점(2014년 입학자부터는 80점)에 미달하면 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없다.

교직과정은 22학점 이상 받는 교직과목과 50학점 이상 받는 전공과목의 평균 성적이 80점 이상이 되지 않으면 자격증이 발급되지 않는다.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원, 교직과정 학과는 주기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며 평가결과가 나쁘면 정원도 감축하고 심지어는 교사양성기관을 폐지하기도 한다.  

이상의 대책은 단시일 내에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문제를 지니고는 있지만, 현재 어린이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과제이다.

제 아무리 바쁘다고 해서 바늘허리에 실을 매서 쓸 수 없듯이 이제부터라도 차분하게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어린이 폭행 사건이 날 때마다 관리 감독을 탓하고 해당 어린이집이나 보육교사를 비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를 야기한 보육교사 신상 털기나 마녀사냥 식의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가는 유아교육과 보육을 효율적으로 관장할 수 있도록 정부 관장 부처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적 수준이 높은 교사를 배출하기 위해 양성과 자격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어린이 지도능력이 우수하면서도 인품과 자질이 높은 교사가 어린이집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근무여건과 보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보육업무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을 제고해  물리적인 관리 감독만 할 것이 아니라 교육청과의 협력을 통해서라도 어린이집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지원체제를 강구해야 한다.

어린이집에서는 귀한 인격을 가진 어린이들이 행복한 보육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직원에 대한 연수를 강화하는 한편, 보육교사들이 어려운 근무여건이지만 그래도 보람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는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육교사는 일찍 출근하고 늦게까지 근무하며, 담당 원아수가 많아 어린이들을 지도하기 어려워도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겠다는 사명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학부모는 최근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사건은 수많은 교사들 중 극히 일부 교사들에 의해 일어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부분의 교사들은 열악한 근무여건과 처우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어린이들을 사랑하는 교육자로서의 사명과 보람으로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 지속적인 신뢰와 격려를 보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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