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벗어나던 날, 제 2의 인생 가장 즐거워

한글 한자씩 또박또박 읽는 소리에 기쁨 두배


우리시장 골목에 자리한 중흥교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태어나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해 평생을 마음 한켠에 문맹이라는 짐을 진 채 살아온 어르신과 타국에서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근로자를 대상으로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중흥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가을꽃 한글학교’는 올해 초 문을 열기 시작해 처음 2~3에 불과하던 학생이 꾸준히 늘어 지금은 20여 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고 있다.

한글을 전혀 모르거나 기초가 부족한 군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글학교는 특정한 교육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수업 시간이 따로 없이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먹고 사는데 급급해 시간에 쫓기다 보니 시간이 나질 않아 배우지 못했다는 하소연 섞인 넋두리를 늘어놓던 늦깍이 학생들에겐 시간의 구애없이 배움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계기다.

이 한글학교 학생 이모 할머니(조치원읍, 57)는 한번의 결석도 없이 한글학교를 찾아 만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한글을 배울 수 있어 좋다는 이씨 할머니는 비가 오는 궂은 날에도 불구하고 한글 한자한자 배워 읽어가는 간판이며, 책을 보면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이 할머니는 “교육을 받고 싶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배울 수가 없어 지금껏 글을 모르고 살았다”며 “고맙게도 가을꽃 한글학교가 글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늦게나마 까막눈에서 벗어나 재밌고 즐거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을꽃 한글학교’로 중흥교회를 열린 공간으로 만든 현 수동 전도사는 “가을꽃의 의미를 되새기며 늦게 배움의 길에 접어든 학생들이 한글을 깨치고, 더 나아가 가족간에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가을꽃 한글학교에서 늦게나마 배움의 기회를 갖고 화사하게 피어나는 가을꽃이 되도록 많은 분들이 찾아 주기를 바란다”며 “글을 알지 못하는 분들에게 한줄기 빛과 시원한 생수가 되어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물심양면으로 한글학교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는 보이지 않는 고마운 손길에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삐뚤삐뚤 써 내려간 한 노파의 글씨에서 그동안의 고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나고, 살며시 떨리는 ‘가, 갸, 거, 겨..... 가, 나, 다, 라......’ 따라서 읽는 목소리에서 설움과 한이 느껴지는 듯하지만 늦은 배움이 주는 기쁨으로 알찬 수확을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문의 : 중흥교회 가을꽃 한글학교 866-0225)

저작권자 © 세종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