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호국 보훈의 달

 

이순규 -  국가보훈처 대전지방보훈청 재직


매년 어김없이 유월이 오면 여느 해와 다름없이 산야는 푸르고 어느 땅 어김없이 밤꽃 흐르는 내음과 함께 타는 향내가 난다. 나라를 위하여 조국산하에서 이름 없이 산화해 간 무명용사를 추모 위로하는 마음이 숙연해 지는 달,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이 땅을 지키기 위하여 자신을 버린 숭고한 정신에 감사를 해야 하는 호국 보훈의 달이다.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인간에 있어 생명애착의 본능이라지만 그 보다 더 큰 내 가족과 자라나는 이 땅의 아들과 딸들이 영구히 생존해 나가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 나가는 토대를 보호하고 지켜야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존귀한 우리 모두의 쉽지 않은 당연한 의무이고 사명일 것이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숭고한 역사의 현장에 보낸 이 땅의 남겨진 가족들은 이제 또다시 더욱더 큰 그리움과 슬픔에 젖을 것이다. 그들만이 이 땅에 남겨진 슬픔과 상처로 고통을 감수해야하는 것은 아닐진데 우리는 지금 그들과 슬픔을 얼마나 나누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그들의 손을 따뜻이 마주잡고 있는가. 우리는 그들의 상처를 가슴으로 보듬어 주고 있는가. 그들의 나라 위한 피와 땀이 일구어 낸 토대위에 우리가 살고 있거늘 우리는 그 감사와 음덕을 애써 외면하며 잊고 살지는 않는가.

대전지방보훈청에서 운영하는 이동보훈팀의 활동도 이제 일년을 넘었다. 그간 금산, 논산, 부여, 연기 4개 지역을 매주 순회활동하면서 보훈민원은 물론 보훈가족의 삶의 현장에 나가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확인하였고 그들이 겪는 애환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노력하였다. 뜻있는 지역사회봉사단체와 자활후견기관,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따뜻한 마음과 손길은 늙고 고통 받는 보훈가족에게는 큰 희망과 꿈을 이루어주었고 진한 감동을 만들어 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이웃의 손길은 너무나 작고 멀었다. 나라를 위한 희생가족에 대한 우리의 감사와 함께 나누고자 다가가는 정은 너무나 멀고 소외되어 있었다. 마음을 열고 찾아가 그들의 손을 따뜻이 잡아야 할 것이다. 작은 마음일지라도 진정 보훈가족의 슬픔과 상처를 보듬어 안아야 할 것이다. 국권이 침탈당하여 삶을 유린당하는 어려움에서도, 국토가 짓밟히는 누란의 위기에서도 그들은 목숨을 걸고 일어서 조국을 지켜냈다. 이 땅에 너와 나 아들과 딸이 살고 있는 한 우리 모두는 그로 인해 희생한 가족의 아픔을 뜨겁게 껴안아야 할 것이다. 함께 하는 호국 보훈의 달, 보훈가족과 하나 되는 이웃이 되고 더 큰 우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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