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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를 이야기한다는 거 <26>
부근최기복(충청효교육원장)  |  webmaster@yg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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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4.12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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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이 울고 있다. 묵언의 힘이었던 아버지들, 그들이 시도 때도 없이 울고 있단다. 전에 우리 아버지들은 좀처럼 쉽게 울지 않았었다.

그 예로 떠도는 이야기 하나 해보자. 3대 독자가 갑자기 세상을 등지는 일이 있었다. 3대 독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는가. 어머니는 땅을 치며 통곡으로 온종일을 보냈다.

그런데 통곡 중에 힐끔 힐끔 남편을 보니 아비라는 사람이 3대 독자를 잃었는데도 눈시울 하나 붉어지지 않은 채 눈만 껌벅 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3대 독자를 잃은 설움보다 더 화가 복받친 어머니는 그런 남편에게 삿대질을 해가며 악담을 퍼부었다.

그러자 가만히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남편이 말했다. “가서 사발 하나 가져와”하고. 엉뚱한 소리를 해대는 남편이 어이도 없고 기도 막혀서 더욱 통곡을 하면서 마구 남편에게 화를 터트리고 있는데, 남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발 하나 가져오라니까!” 분통이 터졌지만 하는 수없이 사발 하나를 남편 앞에 던지듯 놓는다.

그러자 남편은 욱하면서 사발에 무언가를 토해냈다. 검붉은 먹피였다. 3대 독자를 잃었는데 울 수조차 없으니 통한을 삼키다삼키다 토해낼 수밖에. 그렇게 우리 아버지들은 슬픔조차 참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았으니까다.

그런데 울음 대신 눈물을 삼켰던 그 아버지들이 왜 그렇게 울 수밖에 없을까. 딸이 시집간다고 하니 "시원하다 시원하다"하고 매일 웃으며 정말 지겨운 거 치운 것처럼 말하던 아버지가 정작 딸을 여읠 때는 굵은 눈물들을 쏟아 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차라리 그렇다면 부정(父情)이나 깊으니 좋지.

이건 드라마라는 드라마는 죄 보면서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니 문제다. 이렇게 말하면 혹자는 드라마 보면서 좀 우는 게 뭐 그리 문제가 되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그게 뭐 큰 문젠가. 하지만 그만큼 노년들이 딱히 할 일도 없으면서 힘만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서 가슴이 아프다는 것이다.

늘 버팀목처럼 느껴졌던 아버지의 존재감, 그 존재감이 상실되었을 때 오는 소외감이나 절박감은 그 어떤 것보다 큰 상처일 수 있다. 가족에게서 더 이상 나를 찾지 못하는 아버지로서의 존재감 상실은 삶의 의욕을 감퇴시킨다. 그래서 그들은 드라마 속에서나마 자신을 찾으려 하는 것일 게다.

전에 아버지가 존재감을 상실할 때면 자식들이 곁에서 그것들을 찾아주곤 했었다.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여쭈며 아버지를 위무하고 위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오히려 자식들에게 존재감을 심어주고 얹혀줘야 그나마 가정이 유지된다. 아니면 아예 모든 것에서 물러나 있어야 가정이 편한 할 수도 있다.

그런 지경에서 효가 존재할 여력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는 분명히 말하지만 가부장제로의 회귀가 아니다. 가정의 원만한 구성과 역할 균등을 위한 제언일 뿐이다.

요 며칠 전에 한 식당에서 가족끼리 저녁식사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언뜻 보기에 나이가 좀 든 즉, 어머니 생일을 축하는 자리 같았다. 헌데 정작 오늘의 주인공인 어머니는 뒷전이고 자식들이 모든 것의 앞에 있었다.

심지어 딸들은 "엄마 왜 그 따위 밖에 못해, 그렇게 해야 속이 시원해!"하면서 마구 핀잔까지 주었다. 하지만 그 옆에 있는 또 다른 나이 든 남자 즉 아버지는 전혀 딸들을 혼내지도, 말을 막지도, 아내를 거들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미 아버지로서의 존재감을 상실한 듯했다.

참다 참다 못해 그 옆을 지나면서 그 딸들의 얼굴을 수없이 째려보고 나온 적이 있었다. 지속적으로 말해왔지만 효는 반드시 본받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니 일차적인 책임은 그 노부부에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지경에까지 이른 데에야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모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자기 아버지를 회상하며 말한 것이 생각난다. “20대까지는 학교 잘 다니면 되고, 40대까지는 직장생활하면서 결혼해서 아이 잘 키우고, 그러면서 가끔 와서 우리 노인네들 손이나 잡아주었으면 좋겠다"고 그 말을 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닦는 그 연예인을 보면서 미리 좀 잘하지 하는 생각이 수없이 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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