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이용해 약 한 달간 중국 남서부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난징, 스조우, 항조우, 상하이, 쿤밍, 충칭등을 다녀오는 긴 여정이었다. 지난 달 15일 베이징역은 춘지에(한국의 설날)를 앞두고 일찌감치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행객들로 붐볐다. 중국에서는 음력 1월 1일부터 15일 까지가 춘지에 휴가기간이다. 열차 출발 30분 전 역에 도착했지만 대부분의 승객은 이미 승차한 상태였다. 중국에서 장거리 기차여행객들이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우선 충분한 식량이다. 북경에서 난징까지만 해도 보통열차로 18시간이나 걸린다. 기차 안에서 음식을 판매하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컵라면이나 과일, 저장식품을 한보따리씩 들고 탄다. 여행객들에게 필요한 또 다른 준비물은 장거리 여행의 지루함을 덜어줄 읽을 거리들이다. 베이징역 신문가판점에는 수십여종의 잡지와 신문들이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젊은 여인들이 표지를 장식한 연예오락 잡지들이다. 간혹 유럽이나 미국의 라이센스 잡지들도 눈에 뜨인다. 오락성 잡지들은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판매되지만, 뉴스를 전하는 신문이나 텔레비젼은 양상이 다르다. 중국은 중앙언론에 비해 지역언론이 훨씬 활발한 국가이다. 중국에는 한국과 같이 전국적 일간지가 없다. 인민일보가 있긴 하지만 뉴스를 전달하는 신문이라기 보다는 공산당의 정책을 홍보하는 기관지이다. 중국인구가 13억을 넘지만 인민일보의 발행부수는 250만부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중국 신문은 각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발행되는 지역신문들이다. 북경에서 자동차로 두시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텐진에만 가도 북경에서 발행되는 신문은 찾아볼 수 없다. 철저하게 지역중심인 신문과 달리 텔레비전은 중앙과 지방의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TV를 켜면 채널이 30-40개에 달한다. 모두 중국 국내 방송이다. 전국적으로 전파를 보내즌 중앙방송(中央電視台)은 북경에서 12개의 TV채널을 운영한다. 여기에 각 성(省) 마다 4-5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각 도시마다 또한 3-4개의 채널을 갖고 있다. 위성기술 덕분에 다른 성의 채널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중국 가정의 가시청 TV 채널수는 수십여개에 달한다. 호텔 방에서 채널을 돌리다 보면 쉽게 한국의 드라마를 접할 수 있다. 소위 한류라 불리는 한국 대중문화의 유행은 중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였다. 필자가 지난 2년 간 중국여행을 하면서 만난 중국인들은 대부분 한국에 대해서 상당한 호기심과 호감을 갖고 있었다. 한류덕분이었다. 말도 잘 통 하지 않는 전혀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김희선, 안재욱, 장동건 등 한국의 연예인들에 대해서 즐겁게 함께 대화할 수 있었다. 이번 기차여행에서 만난 중국인들도 한국 연속극을 즐겨보고 한국의 연예인들을 좋아한고 말했다. 그러나 한류가 오래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필자가 만난 중국인들에 따르면 현재 한국 연속극이 인기있는 것은 중국 드라마가 너무 재미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중국과 정서가 비슷한 한국의 연속극을 즐겨 본다는 것이다. 서양의 대중문화를 직접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같은 아시아 국가인 한국을 통해서 들어오는 것이 거부감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사회가 미국의 팝송과 할리우드 영화를 극복한 것처럼 중국인들도 시간이 흐르면 한류를 극복하게 될 것인지,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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