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

공무원 동기생들 송년회가 있어 오래간만에 과천시를 찾았던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과천종합청사의 건물 중에 2, 3개 동의 건물이 새까맣게 불빛이 꺼져 있는 것이었다. 24시간 켜져 있어야 할 정부청사의 불빛이 이렇게 깜깜하게 꺼져 있는 것을 나는 예전에 본 적이 없었다. 섬뜻한 느낌마저 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농림식품부등 정부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하였던 것이다.

과천시는 이미 경기가 바닥이었다. 공무원이 떠나간 과천시내의 식당을 비롯한 시중경기는 찬바람이 쌩쌩 돌고 있었다.

과천의 빈 청사는 앞으로 외부에 임대해 입주하고 있는 정부기관들이 다시 입주할 계획이다. 입주하기 전에 1년간의 리모델링 기간이 필요하다지만, 과천시민은 3개월에 끝내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만큼 절박한 것이다.

반면 세종시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세종청사건물의 불이 환하게 켜지고 있다.

세종시의 미래가 그만큼 밝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스럽게도, 꺼져가는 과천시의 경기가 세종시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결론적으로 우리는 지금 너무도 안이하다. 과천시의 경기, 나아가 정부청사 이전의 특수경기를 세종시에서 되찾지를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도시간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절박감이 없어 보인다.

세종 정부청사가 있는 곳으로부터 대전과 조치원은 어디가 가까운가. 가깝고 서비스가 좋은 곳으로 손님은 가고 말 것이다.  그러니 전쟁인 것이다. 대전시와 세종시간 시장경기를 둘러싼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왜 실감하지 못하는가.

세종청사공무원이 입주하는 순간부터 세종시에서는 시장 경제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이라도 만들어 맹렬히 활동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들의 주택문제, 식당문제, 교통문제 등 청사이전의 특수경기가 바로 세종시의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특단의 마케팅 노력이 불을 뿜어야 하지 않는가.

시가 주관이 되어 요식업계에서는 이들을 유인할 시설, 가격, 서비스교육이 연이어지고, 택시업계는 나름대로 이들 반가운 손님을 끌어낼 아이디어 등을 머리를 맞대고 추진해야 하지 않겠는가.

간판, 주차장, 식당서비스개선 문제 등을 특별회계라도 세워서 추진하고, 세종시 관광지등을 소개하는 참신한 홍보책자도 이 기회에 전면적으로 정비하여  절호의 찬스를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조치원읍에 와서도 세종시가 8km 남았다는 식의 도로 표지판도 그들을 혼동시킨다. 조치원과 세종시를 다른 지역으로 알게 하는 이런 표지판에도 우리는 그저 안일하기만 하다.

세종시여! 눈을 떠라.

로마가 하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명품도시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앙부처가 오면 저절로 예산이 쏟아지고, 지역발전이 저절로 이루질 것이라는 막연하고 안이한 생각을 하는 중에 우리는 대전과 오송과 청주에 경제를 빼앗기고 말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을 가져야 한다.

1931년에 같은 읍이었던 이들 지역에게 또 뒤지고 말 것인가.

세종시여, 시민이여, 제발 눈을 크게 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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