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선 성장 후 일자리' vs 文 '선 일자리 후 성장'

▲ 박근혜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합동유세에서 손가락으로 양볼을 어루만지며 웃고 있다.

▲ 지난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유세에서 유정아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 후보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있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7%에 육박하는 등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모두 '일자리 창출 경제'를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근혜 후보는 새 일자리를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을 '올(오)'린다는 의미로 '늘지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또 문재인 후보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법정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만나바'를 내세웠다.

두 후보 모두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목소리 톤에는 차이를 보인다.

박 후보는 경제성장이 밑바탕에 깔린 일자리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 문 후보는 먼저 일자리를 늘려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이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있어서도 박 후보는 기업 스스로 비정규직을 줄이도록 제재하겠다는 태도인데 반해 문 후보는 비정규직 관련법 제정 등 적극적인 '기업 옥죄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 일자리 늘리기…朴, '선 성장 후 일자리' vs 文, '선 일자리 후 성장'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선(先) 경제성장 후(後) 일자리창출'을 주장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선 일자리창출 후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후보의 경우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는 '스마트 뉴딜'을 통해 IT서비스 산업을 활성화시켜 첨단산업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하겠다는 공약이다.

성장잠재력이 충분하고 일자리가 확실히 보장되는 산업을 육성하면 새로운 일자리는 자연히 따라온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정보통신기술 융합과 관련된 신성장동력분야 소프트웨어 산업을 집중 육성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및 조세지원 정책을 강화해 중소기업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박 후보는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방안보다는 창업이나 해외취업 등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정책을 내놨다.

박 후보는 '창업국가 코리아'란 슬로건 아래 대학을 창업기지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통해 청년 창업가를 대학에서부터 양성하고 젊은층이 사업에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도록 창업지원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민관 합동으로 스펙초월 청년취업센터를 설립해 청년들의 해외 취업기회 확대 및 해외 취업 장려금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설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야 소득과 소비가 늘어나 내수가 확대된다는 주장이다.

문 후보는 '국가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해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사업을 펼치겠다는 공약이다. 또 일자리청을 설치해 더욱 질 높은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 예산수립 과정에서 '일자리영향평가'를 의무화해 고용창출력이 큰 사업에 예산 투입을 집중하겠다고 내세웠다.

세부적인 일자리 창출 공약을 보면 문 후보의 공약이 박 후보에 비해 구체적이다. 문 후보는 임기 내 공공부문에서 40만개, 창조산업과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각각 50만개, 지역 여가사업에서 20만개 등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70만개의 일자리를 확보하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산업 비율을 20%까지 높여 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도 내놨다.

문 후보는 말 뿐인 일자리 창출 공약이 되지 않도록 관련법 제정을 통해 현실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청년고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 공공기관 및 민간 300인 이상 대기업에 매년 3%씩 청년고용의 무할당제를 실시하고 미준수 기업에 대해서는 고용분담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저임금 50%를 최대 1년간 지원하는 청년취업준비금 지급, 학력차별을 없애기 위한 블라인드(표준이력서) 채용제도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 실현가능성 있나…朴 '구체성 부족' vs 文 '기업부담 뒷전'

두 후보의 고용창출 공약은 우선순위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일자리의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점에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두 후보의 일자리 공약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청년실업 등의 일자리 문제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색을 했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두 후보의 '장밋빛 공약'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후보의 일자리 창출 공약에 대해서는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과 함께 IT서비스 산업에서 목표했던 수준의 일자리가 나올 수 있느냐며 의문을 던졌다.

박 후보는 문재인 후보처럼 구체적인 고용계획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기준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한국의 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이 작년 기준 63.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50만개의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박 후보가 강조했던 IT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통해 제시한 고용률을 달성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타 산업과 비교했을 때 IT 서비스 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고용률이 턱없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또 문재인 후보 역시 정부가 강압적으로 일자리를 끌어낼 경우 그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될 뿐 아니라 기업이 떠안아야 할 고용부담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당선 전 일자리 확대를 외쳤던 대통령들이 정작 임기 중에는 '법률상 한계'를 내밀며 약자를 외면했던 것과 달리 관련법을 제정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표심을 얻고 있지만 실제로 국내 경제에 반영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기본적인 성장의 발판 없이 민간 기업에 고용 확대만 요구할 경우 경제 효율성이 떨어지고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아울러 일자리가 늘어나면 소득과 소비가 늘어나 내수시장에 활기가 돌 것이라는 문 후보 측의 논리도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적인 주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朴 '기업 다독이기' vs 文 '기업 옥죄기'

박 후보와 문 후보 모두 일자리 창출 공약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이 바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각 후보의 목소리 톤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박 후보의 경우 징벌과 보상을 통해 대기업이 스스로 비정규직의 비중을 줄여나가도록 채찍질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반면 문 후보는 '법'의 강제성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의 뿌리를 뽑겠다는 태세다.

먼저 박 후보는 대기업의 고용형태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 공시하도록 해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또 비정규직 차별 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징벌적 금전보상제'를 통해 개선할 방침이며 사내 하도급도 차별시정제도로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동일한 산재보험 혜택을 얻을 수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문재인 후보는 '전국민 고용평등법'을 제정해 기업 및 사업장내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적용 원칙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비정규직 기간과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법률상 도급 기준에 합당하지 않거나 파견 허용 대상이 아닌 경우 불법 파견으로 간주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외에도 최저임금의 현실화,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등 문 후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관련 다양한 공약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임기 내에 공공부문 상시업무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아울러 2017년까지는 모든 산업 내 비정규직의 절반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문 후보의 공약을 보면 박근혜 후보의 비정규직 공약보다 구체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내세운 공약을 둘러싼 재계의 반대 의견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내세운 비정규직 공약들이 기업의 경영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정부와 기업 간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또 박 후보의 비정규직 공약에 대해서는 그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 정부 당국의 각종 조치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고용상 차별 행위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으로 민간기업의 고용안정성을 얼마나 강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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