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사라져 가는 풍경들

05 우리집 강아지 똘이와 누리

                 ▲장승현 작가.
                 ▲장승현 작가.

시골로 이사 오고부터 제일 하고 싶은 일이 강아지 한 마리를 기르는 것이었다. 
마침 아랫동네 지붕공사를 해주러 갔다가 거기서 토실토실한 누렁이 한 마리를 사왔다. 진돗개 튀기라고 하는데 정말 전형적인 누렁이였다. 

밥을 얼마나 잘 처먹는지 똥글똥글한 게 복덩이처럼 생겼다. 누렁이를 데리고 오자마자 여섯 살 먹은 아들놈이 ‘누리’라는 이름을 지었다. 

누리는 밥도 잘 먹고 똥도 얼마나 푸짐하게 누는지 누리 주변은 똥으로 깔려 있어서 지저분하기 그지없었다. 누리를 데리고 오던 날 어머니가 처음 한 말이,

“그놈 몇 달 키웠다가 오뉴월에 잡아먹으면 좋겠다. 맛있겠는 걸.”

여섯 살 먹은 아들놈이 이 소리를 듣고 기겁했다. 하루 종일 밥도 안 먹고 할머니가 누리를 잡아먹는다 했다고 골을 부려댔다.

얼마 후 여동생이 강아지 한 마리 가져가라 해서 갔는데 이건 어머니나 내가 원하는 강아지가 아니었다. 품에 안고 키워야 하는 애완용 강아지였다. 당연히 어머니나 나나 절대 반대였다. 

“저걸 뭐하러 키우노?”
“잡아먹지도 못하겠는 걸.”

그런데 하얗고 토끼처럼 귀여운 강아지를 보자 아들놈은 막무가내였다. 

집에 가지고 가서 키우자는 거였다. 역시 아들놈과 손자놈을 이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할 수 없이 데려다 키웠다.

이놈도 아들이 이름을 지었는데 똘똘하다고 ‘똘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그런데 이 두 마리 개는 전혀 반대로 커갔다. 누리는 밥도 꽤나 많이 먹고, 덩치가 커가면서 쇠사슬도 끊고, 개집도 질질 끌고 다니고, 쇠말뚝도 뽑아 난리를 쳐대곤 했다.

똘이는 있는 것 같지도 않아 처음에는 가운데 방에서 키우다 지금은 개줄도 안 묶고 처마 밑에서 자기가 알아서 자고 먹도록 내버려 뒀다. 똘이는 밥을 줘도 안 먹고 도둑 고양이처럼 온동네 싸돌아 다니며 먹을 것을 주워 왔다. 

이 두 마리는 집을 지키는 것도 달랐다. 누리가 호랑이처럼 날뛰고 짖는 반면 똘이는 우리집 언저리를 벗어날 때까지 쫓아가서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질 듯 난리를 쳐댔다.

그런데 요즘에 이 두 마리를 놓고 고민거리가 생겼다. 두 마리가 암놈이라 얼마 안 있으면 새끼를 낳아야 하는데, 그러면 집에 개가 너무 많아 두 마리 중 하나는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왜냐하면 요즘은 강아지 값이 똥값이라 강아지를 파는 것도 일이었다. 누리는 사료값도 그렇고 매일 밥을 줘야 하고 똥도 치워야 하기 때문에 키우기에 부담이 됐다. 

그러나 누리 새끼는 잘 팔린다. 반면에 똘이는 키우기 편하지만 새끼는 잘 안 팔린다. 

“저놈 저거 사위들 오라고 해서 잡아먹어야겠어. 영 성가셔서.”
어머니는 똥 싸고 지저분하다고 당연히 누리를 없애자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손자를 골리려고, “똘이를 잡아먹을까?” 하면, 아들이 난리를 쳤다.

“할머니 미워. 저 누리 잡아먹어. 똘이는 절대 안돼.”

오뉴월이 다가온다. 똘이와 누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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