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과 인류문명’

3 구석기 시대의 조선대륙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인류는 호기심이 많아 여러차례 탈바꿈을 하는데,

꾸부정하게 걷는 단계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단계
허리를 펴고 꼿꼿하게 걷는 단계

를 거쳐, 돌을 깨서 일으킨 불을 사용하는 슬기로운 인간(호모샤피엔스)으로 탈바꿈하더니, 결국에는 지금 우리와 지능이 같은 슬기롭고 슬기로운 인간(호모샤피엔스 샤피엔스)으로 진화했다. 

호기심이 왕성한 그들은 새로운 것을 보면
만져 보고, 갈라보고, 맞춰보고
그래야 직성이 풀렸다. 또 사람을 만나면
말을 걸어보고, 힘도 겨루어 보고,
그러다 친해지면 같이 돌아다니다 먹을 것을 찾으면
구워보기도 하고, 삶아보기도 하고
그러다 예쁜 것을 보면
머리에 꽂기도 하고, 목에 걸기도 하면서
모양을 내고 꾸미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는 곳이 조선대륙이었으나, 바다 때문에 더 나갈 수 없자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연해주 쪽에 이르렀던 자들은 블라디보스토크 청진 함흥 금강산 강릉 포항 부산의 동해안을 거쳐, 통영 여수 목포의 남해안을 지나, 군산 인천 평양 신의주의 서해안을 따라 걸었다.

압록강을 건너 대련 당산 천진 등지로 이어지는 발해만을 돌아, 훗날의 진시왕이 조선민족이 두렵다며 만리장성을 쌓는 연산산백을 만나자, 넘지 않고 서쪽으로 걷다가, 또 다른 산맥을 만났다. 

대흥안령산맥이었다. 그 산맥이 서흥안령산맥과 백두산으로 이어지며, 요동평야를 둘러쌌다. 
길고 긴 산맥으로 둘러싸인 요동평야는 그때까지 본 호남·논산·김해·여주·평양평야보다 더 넓은데, 동서는 장백산맥과 대흥안령산맥과 접하고 남북은 발해 요동만과 소흥안령 산지와 접한다.

그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본 사람들은

하늘에 뜬 태양과
대지를 적시는 강물이
우리를 보호하신다

라고 노래했다.

그러던 어느 날, 5만년도 더 된 어느 날, 하늘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세상이 어두워지며 돌멩이들이 쏟아져 내렸다.

별들이 부딪쳤다. 혹성이 지구와 부딪쳤다라는 등 별들이 이상해졌다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이곳 저곳에서 불기둥이 솟아 올랐다. 그리고 세상이 어두워지고 추워졌다.

4 빙하기

우주에는 신비롭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으나 태양처럼 신비로운 것은 없다. 

태양은 스스로 발산하는 열과 빛으로 우주는 물론 지구를 변화시키며, 모든 생물들의 생명을 좌우한다. 우선 해가 뜨면 밝은 낮이 되고 해가 지면 깜깜한 밤이 되는데, 어디서 해가 뜨느냐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반복되는 우리나라는 

봄에 싹을 낸 식물들이 
여름에 자라 
가을에 열매를 맺으면 
겨울을 지날 수 있는 양식이 된다. 

그렇게 해서 인류와 동식물들이 먹고 살 수 있게 하는 은혜를 받는 조선대륙의 구석기인들은 태양을 숭배하며 살고 있었는데, 약 5만 3천년 전에 하늘의 혹성들이 충돌했는지, 운석과 먼지가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메우며 햇빛을 가로 막아, 온 세상이 어둡고 추워졌다. 

그것만이 아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혹성이 떨어진 충격 때문인지, 땅속이 마그마들이 분출하기 시작하여, 검붉은 용암이 땅을 뒤덮고, 꾸역꾸역 피어 오르는 화산재가 하늘을 뒤덮었다. 

태양은 아랑곳 없이 빛과 열을 발산했으나 공중에 가득한 먼지들이 열에 아홉은 차단하고, 하나 정도만 통과시켜, 지구는 나날이 얼어붙고, 생명체들은 추위에 떨다 얼어 죽기 시작했다. 
사람만이 아니라 식물과 동물들도 꽁꽁 얼어 죽는 빙하기가 시작된 것이다. 

빙하기가 얼마나 추운가 하면 연산산맥과 대흥안령산맥과 소흥안령산맥과 장백산맥으로 둘러싸인 조선대륙의 1월의 평균기온이 영하 30도 이하였고, 지구에서 가장 덥다는 적도의 평균기온이 8도였다. 

아이고 추워
벌거벗고도 살 수 있었던 구석기인들은 처음으로 겪는 추위에 어찌 할 지를 몰라 우왕좌왕 하다 얼어 죽었다. 

살기 위해 햇살이 따뜻한 곳을 찾아 다니는 구석기인들은 이미 꽁꽁 얼어붙은 서북방의 산맥을 넘지 못하고 따뜻한 곳을 찾느라 우왕좌왕했다. 그때였다.

따뜻한 곳으로 가야 한다.
따뜻한 곳의 동굴을 찾아야 한다.
동남쪽에 동굴이 많단다.

라는 소문이 퍼졌고, 구석기인들은 서둘러 동남쪽으로 이동했으나, 많은 사람이 도중에 얼어 죽거나 굶어 죽고, 발이 빠르고 건강한 자들만 북위 40도 이남에 있는 동굴을 찾아서 들어갈 수 있었다. 

빙하기에도 먼지가 개이면 햇빛이 비쳐 따듯해지는 간빙기가 되기도 했으나, 지구의 자전과 같은 움직임에 따라 다시 먼지가 일면, 햇빛이 차단되는 빙하기로 되돌아가, 지구에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어 동굴을 떠날 수 없었다. 

북위 40도라면 우리나라의 신의주와 지금은 중국의 땅이 된 북경을 이은 위도를 말하는데, 북위 40도 이남에는 동굴이 많았다. 

충청북도와 강원도와 경상북도가 접하는 태백산맥의 끝자락과 차령산맥 소백산맥 일대에는 1,000개가 넘는 동굴이 있고, 평안도와 황해도에는 100여개가, 전북 고창에는 50여개, 그리고 제주도에도 있어, 모두 합하면 2,000개가 넘었다. 

이렇게 동굴이 많은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조선대륙에만 동굴이 많았기 때문에, 연산산맥과 대흥안령산맥 소흥안령산맥 장백산맥 등으로 둘러싸인 동북평야의 구석기인들은 북위 40도 이남으로 피신하여 살아남을 수 있었다. 

100명 중에 90명 이상이 얼어 죽는 인류가 생긴 이래 최대의 재앙을 맞이하여, 현재의 대한민국으로 피신한 인간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하튼 빙하기는 강건하고 영리한 사람만 살려두고 약한 자들은 죽이는 재앙이었다. 기후의 재앙은 인간들보다 식물들에게 더 가혹했다. 

식물들은 광합성작용을 할 수 없어 자리지 못하고, 동물들은 뜯어먹을 풀이 없어 죽어야 했다. 맘모스나 공룡 같은 거대 동물들은 살기 어려워 죽어가는 대신 작고 날쌔며 털이 무성한 동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야에서 자유롭게 살던 인류가 동굴 속에 살다 보니,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고 아이들에게 상냥한 어머니가 생활을 주도하는 사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아이들이 어머니를 찾는 사회, 아이들이 어머니는 알아도 아버지는 알지 못하는 모계사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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