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과 인류문명

1. 금강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전라북도 장수군 뜸봉샘에서 퐁퐁 솟아난 물방울이 진안, 무주, 금산, 영동, 옥천, 대전, 신탄진, 부강, 세종, 공주, 부여, 강경을 지나 장항과 군산 사이를 빠져 서해로 흘러간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일이다.  

금강은 다른 강들과 달리 남에서 북으로 흐른다.
구리 향천, 정자천, 남대천, 봉황천, 송천, 보청천들을 보듬어 안고 북서로 흐르다 세종시 부강에서 머리를 북서로 돌려 충청북도 진천, 청주를 거쳐온 미호천을 합강에서 맞이하여 공주, 부여로 흐른다는 것도 잘 아는 일이다.

길이 401km, 유역 면적 9,886㎢라는 것, 웅진강이라는 웅이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을 낳은 웅녀에 근거한다는 것, 공주의 옛이름이 웅진으로 웅진이 곰나루라는 것 등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곰강 곰나루 웅진이 금강을 의미하고, 금강이 호강, 적등강, 차탄강, 화인진강, 말흘탄강, 형각진강, 백마강, 고성진강 등으로 불린다는 것.

또한 청주, 보은, 대전 등지에 분지를 만들고 논산평야와 미호평야를 만들고 금강의 그런 전통과 정기가 탄생시킨 세종시가 세계를 이끌어 가게 된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 금강이 신석기 문화의 발상지이고, 우랄 알타이어의 발상지라는 것, 벼농사의 발상지라는 그런 자랑스런 일들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21세기에 연구하는 세계의 학자들은 잘 아는 일인데.

2. 인류의 이상향 조선대륙

인류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고, 금강유역에는 언제부터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 왔는가는 궁금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사람은 다른 생물들과 달리 호기심이 많아 이것 저것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 결과 현대인들은 조그만 꼬투리만 잡아도 알고 싶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게 되었는데, 금강이 인류문화의 발상지라는 것도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21세기에 일어난 인류의 커다란 변화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는 인류는 손을 겨우 땅에서 떼고 꾸부정하게 걸었으나 결국에는 허리를 펴고 걸으며 돌을 깨서 불을 피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인류를 슬기로운 사람(호모 샤피엔스)이라 부르고, 그들이 더 슬기로워지자 슬기롭고 슬기로운 사람(호모 샤피엔스 샤피엔스)이라 불렀다. 

구석기 시대의 일이었는데, 당시의 지구는 따뜻하여 시베리아에도 아열대성 식물이 울창하여 맘모스나 공룡들이 풀을 뜯어 먹으며 뛰놀았다. 

산에 가면 열매가 주렁주렁한 나무가 퍼져있고, 들에 자라는 나무들도 맛있는 열매를 맺고, 바다에도 싱싱한 해산물이 팔딱거렸다.

사람들은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면 되었다. 부족한 것이 없어 놀기만 해도 되었으나 심심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럴 때면 맘모스에 올라타 산야를 달리기도 하고, 낮잠을 자는 공룡을 깨워서 놀리기도 했다.
그런데 두렵고 싫은 것이 딱 하나 있었다. 

해가 지고 밤이 되는 일이었다. 밤이 되면 눈에 불을 켠 짐승들이 으르렁거리고, 벌레들이 반짝거리며 날아다녀서 무서운데, 더 무서운 것은 추위에 떠는 일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밤만 되면 

‘빨리 해가 떴으면 좋겠다’
해가 뜨는 아침을 기다렸다. 해가 뜨면 세상이 밝아지고 따뜻하여 행복하기 짝이 없었다.

‘해님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빛으로 밝혀주고 열로 따뜻하게 해주는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해 절을 했다. 낮에도 해가 비구름에 가리기라도 하면 손을 모으고 

‘해님 빨리 나오세요’
라고 기도했다. 그러다 

‘저 해가 뜨는 곳에 가보겠다’
사람들은 해가 떠오르는 곳에 가겠다며 동방으로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걸어가다 배가 고프면 열매를 따먹고, 해가 져 어두워지면 아늑한 곳을 찾아서 쉬었다.

그렇게 쉬지 않고 걷고 걸어서 다다른 곳이 조선대륙, 지금의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함경도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었다. 

그들이 드디어 백두대간을 넘어서자 푸른 물이 넘실대는 동해였다. 

그곳에 이른 호모 샤피엔스 샤피엔스는 동해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이곳이 우리의 이상향이다’
라고 환호하고 정착하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몰려오는 사람들의 물결이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조선대륙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인류의 이상향이었다. 

빙하기의 도래, 빙하기와 동굴, 소로리 볍씨. 
논산의 다뉴세문경, 대전 괴정동의 농경문청동기, 옥천 안터의 선돌, 옥천 남곡리 농경기념선돌, 옥천 수북리 동정마을 농경기념선돌. 

금강의 언어와 우랄 알타이어, 금강 신석기 문화와 홍산문화. 백제어와 일본어, 백제의 후국 일본, 백제와 왜, 백제인과 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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