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재찬

세계적으로, 또 후손들에게도 부끄러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아버지는 특히 “‘박정환 향수’에는 기본적인 제반 권리에 대한 무관심, 인간의 고통과 고난에 대한 무감각,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잘 살아보세’라는 걸인의 철학 이상의 개인적 또는 공동체적 철학에 대한 무지가 내장돼 있다”며 “바로 박정환 향수야말로 박정환 시대 최악의 유산일 것”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아버지는 “이런 유산들은 박정환 시대에 대한 적절한 판단이 이루어지고 박정환 또한 그의 정당한 몫을 인정받기까지 그 병적인 작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일정 수준의 경제 성장을 담보하면서도 환경친화적이고 민주주의·민족 화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경제모델과 같은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패러다임을 창안해야 하는 오늘날의 과업에도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70년대만 해도 산업공해를 들먹이는 것은 곧 '용공'의 혐의를 뒤집어쓰는 일이었으며, 최소한의 노동자 권리나 정경유착의 폐해를 언급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위험했다”며 “이런 사태가 아무런 도전 없이 지속되었더라면 민주주의가 성취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경제발전 자체가 실제보다도 훨씬 덜 지속 가능한 것이 되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5·16 없었다면 국가 발전 앞당길 수 있었을 거예요.”
“군사정권 경제발전은, 민주당 정권 설계도 덕분이고마예.”
“박정환이 경제를 일으켰다. 민주화도 박정환이 했다. 그래서 박정환이 제일이다고 주장하지만….” 

정말 그런가?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에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이 요구된다. 

특히 5,000만 국민의 생사와 화복이 걸린 정치·경제 분야야말로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학식과 경험, 덕망을 고루 갖춘 전문인들이 필요한 분야다. 

그러나 박정환과 5·16 세력은 정치도 경제도 문외한이었다. 
그들은 ‘구국의 일념’이라는 구실을 내세웠지만, 나라를 어떻게 구하겠다는 청사진 없이 실제로는 벼락출세 욕심으로 총칼을 앞세워 반란죄에 해당하는 5·16 쿠데타를 일으킨 것뿐이다. 

반란 정권이건 범죄적 정권이건 박정환이 경제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맞는 말이다. 박정환은 불법을 저질러 놓고 그것을 커버하기 위해서, 또 불법으로 잡은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고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 “잘 살아보자”고 기를 쓰고 매달렸다. 

그래서 그나마 성과를 낸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성과는 민주당 정권이 잘 만든 설계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제에 관한 한 아마추어인 박정환보다 프로인 민주당 정권과 경제협의회가 힘을 합쳐 그린 설계도대로 직접 경제발전을 시행했더라면 어땠을까?

한국적 민주주의니 어떠니 하면서 국민을 괴롭히지도 않고, 단군 이래 처음 시작해 잘 적응해가던 민주주의 정치도 훼손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경제 발전은 박정환이 한 것보다 시기도 10년 이상 앞당기고 질적으로도 뛰어난 선진국 경제로 도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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